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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곤 Dec 20. 2024

드라마 읽기 : 눈이 부시게

할만큼 했어....아니. 넘치도록 했어.













요양병원에 있는 혜자. 늦은 저녁, 며느리 정은이 발이 찬 혜자를 위해 수면양말을 가져왔다. 어두운 병실, 은은한 조명이 둘을 빛춘다. 정은이 혜자의 발에 양말을 신겨주고 이불을 덮어준다. 그런 정은을 바라보는 혜자. 정은은 이불 위로 혜자의 다리를 꾹꾹 주무른다.



혜자: ...그만해도 된다.

정은: 아이, 아직 뻣뻣해요. 어머님 원래 옛날부터 이렇게 손발이 차셔서.



혜자, 자신의 다리를 주무르는 정은의 손을 본다. 정은의 손은 미용실 약으로 톱이 트고, 벌어져 여물지 않았다.



혜자: 그만해도 된다....



그 말에 정은의 손이 천천히 멈춘다. 정은, 걸터앉은 침대에서 일어나 옆 의자에 앉는다. 혜자의 이불을 꼼꼼히 정리해 덮어준다.


서로를 바라보는 정은과 혜자.



혜자: 우리 며느리 참 열심히도 살았다.



혜자, 다정히 정은의 팔을 쥐어 쓰다듬으며.



혜자: 내가 무슨 복에 이런 며느리를 얻었을까...

정은: 아휴...어머니도....남들 들으면 다 욕해요. 제가 무슨...

혜자: 할만큼 했어....아니. 넘치도록 했어.



정은의 얼굴위로 슬픈 감정이 내린다. 울컥 - 가슴께에서 올라온다.



혜자: 제 놓고...편히 살어..이제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니..



정은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머님이 더 살았으면 좋겠다.



혜자: 옹색한 삶... 다리 불편한 남편...너 빠듯하게 사는 거 알면서도...나 사는 거 바빠서...모른 척 했다.



정은은 그런 혜자와 눈을 마주하기 힘들어 고개를 숙인다. 혜자, 여전히 정은을 바라보며.



혜자:  자식 탓하긴 싫었어...친정도 없는 널...혼자 뒀어.....니가 그 낡은 미용실 한쪽에서 시름시름 늙어가는 걸 알면서두....그래... 다 내 욕심이었어...



혜자, 여태 자신의 죄를 속죄하듯. 주름진 눈가에 눈물이 그렁인다.



혜자: 미안하다...



그 한마디에 정은 마음 어딘가 사무치고, 무너진다. 혜자의 목소리에도, 정은 목소리에도 울음이 가득하다.



정은: 아니...아니에요...어머니.

혜자: 이제 넌... 생각만 하고 살어....그래도 돼.. 남편도 자식도 훌훌 벗고 너로 살어. 그래야.. 내가. ....용서하고 갈 수 있을 것 같아..



결국 정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혜자, 정은을 애틋하게 바라본다. 정은이 꾹 - 눈물을 눌러보지만 입가에서 계속 흐느낌이 나온다,



혜자: 정은이...



혜자가 손을 뻗어 다정히 눈물이 젖은 뺨을 쓰다듬는다.

 


혜자: 우리 착한 며느리....

정은: 어머니..

혜자: 난 네가 무슨 결정을 하던 다 네 편이다...

정은: ...어머니.....



정은, 결국 무너진다. 혜자의 옆에 엎드려 얼굴을 파묻고 계속해 흐느끼는 정은. 혜자는 그런 정은의 머릿결을 다정히 쓰다듬는다.



혜자: 울지마, 아가.



혜자의 눈가에서도 주르륵 - 눈물이 흐른다. 병실에는 어느새 정은의 슬픈 흐느낌이 가득하다.



혜자: 울지마...아가....



요양병원 불이 꺼진 병실안, 은은한 조명 아래 두 고부가 있다. 정은의 등은 여전히 들썩이며 흐느끼는 소리가 난다. 혜자의 손은 그런 정은의 머릿결을 다정히 쓰다듬는다.


정은과 혜자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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