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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Apr 22. 2023

9화. 실무자에서 학자로의 커리어 피보팅

학계와 실무자가 만난 컨퍼런스 참석 후기


바르셀로나에 방문 연구자로 있는 학교에서 주최한 컨퍼런스에 이틀간 풀로 참석했다.


기존 참석했던 학회와 다르다고 느낀 점은

1. ‘임팩트투자’라는 주제로 학계에 있는 사람들과 임팩트투자 현업에 있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는 것이다. 첫날에는 실무자들을 통해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 안에서 학계가 기여할 수 있는 연구의 역할을 찾아내고자 했다.

2. 두 번째 날은 임팩트투자와 관련된 페이퍼를 발표하는 학회 형식으로 진행함으로써 어떻게 경영학 연구자들이 임팩트투자에 대해 접근하고 있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3. 약 60명 정도가 모인 소규모 회의로 이틀 동안 계속 붙어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네트워크가 생겨나는 것도 좋았다. 나는 대규모 회의보다는 이렇게 밀도 있는 만남, 밀도 있는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좋다.




더불어 이번 컨퍼런스에 참석하면서, 실무자로 오래 일했던 내가 학계에 들어와서 어렵다고 느껴졌던 지점들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던 것이 나에게는 가장 획득이었다.


출처: ROBERT NEUBECKER

1️⃣ 실무자에서 박사과정 학생으로 전환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는 이론이 많지 않고, 이론의 깊이가 (여전히) 얕다는 점이었다. 내가 박사 과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업무 경험에서 발견한 현상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는데, 현상학적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올바른 이론을 선택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이었다.

2️⃣ 나는 주로 컨설턴트로 일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데 국제개발협력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주어진 현상학적 문제를 식별하기 위해 문제 나무를 그리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논리 구조가 머리에 깊게 박혀 있었다. 그런데 학자로서 연구를 한다는 것은 현상학적 문제를 관련 이론에 부합하는 연구 질문으로 변환하여야 했고, 문제 해결이 아닌 기존 이론적 논의에 기여하는 새로운 발견을 해야 하는 과정인데 컨설턴트 논리 구조가 박힌 내 머릿속을 학자적 논리 구조로 변환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박사를 시작하고 나서 한참 동안 나는 학자로서 자질은 없는 거 같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가 이거였다.

3️⃣ 그런데,  이번 컨퍼런스가 내가 이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줬던 점은 하나의 현상에 다양한 이론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심도 있게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모두 임팩트 투자라는 같은 현상을 바라보면서도 각기 다른 흥미로운 이론을 적용하여 연구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해가는 과정을 발표를 통해 바라봄으로써 학자로서 질문을 던진다는 것에 대해 많이 배웠다. 몇 백 명, 몇 천명이 모여 잠깐 발표하고 헤어지는 큰 컨퍼런스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4️⃣ 물론 논문을 읽으면서도 배울 수 있지만, 이틀 동안 함께 모여서 저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고, 서로 교류하면서 배우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 아닐까 싶다. ​

출처: https://www.insidehighered.com/advice/2020/07/06/how-successfully-shift-careers-challenging-job-market-opinion

결론적으로 배움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자리였고, 학자로서의 내 모습을 조금 더 그려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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