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일상
헤더꽃이다. 네덜란드 곳곳에 있는 국립공원은 모래처럼 건조한 땅으로 이뤄진 벌판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8월이면 조금은 썰렁한 들판이 보라색으로 물든다. 헤더꽃이 피기 때문이다.
갈색 거친 줄기로 드문드문 아주 작은 꽃이 올라온다. 보라색 꽃잎이 너무 작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잘 모른다. 그래도 군락을 이루어 모두 함께 피니 갈색 들판 위에 보랏빛이 더해진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잘 자라는 식물이 드문지라 꽃도 거칠고 줄기가 밧줄 같다. 여기서 나온 꿀은 달콤 씁쓸하다.
네덜란드의 보기 드문 파란 하늘, 선선한 초가을이다.
동네 구경도 빠질 수 없다. 나무가 많은 동네라 도토리도 딸기도 보인다. 산딸기가 바닥에 자라다 말았다.
들판 앞 카페에서 사과파이를 시켜 먹었다. 직접 만든 생크림을 곁들인 사과파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군것질 거리 중 하나 아닐까? 이 집이 사과파이 맛집이다.
토요일에는 치즈며 크래커를 차리고 와인과 함께 정원에서 보럴(Borrel)을 준비했다. 보럴은 오후에 사람들과 모여 안줏거리와 함께 수다 떠는 시간을 갖는 거다. 튀긴 간식, 치즈 같이 짭자름한 것과 맥주나 와인이 필요하다.
지난 주말이 마지막 파란 하늘이었을까. 이번 주는 내내 비가 올 예정이다. 하루 종일 집 안에 있다가 비 오는 밖을 쳐다본다. 헤더 꽃이 지고 도토리가 다 떨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밖에 나가고 놀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