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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Aug 17. 2023

샤워를 같이해?

호주 소식

호주 친구인 P가 미사 끝나고 물어볼 것이 있다면서 30분만 시간을 줄 수 있냐고 했다. 가끔 P의 집에서 식사하거나 차를 마시기도 했지만 내가 출근하면서 거의 1년 넘게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미사가 끝나고 성당 의자에 앉았다.

P는 갑자기 웃으면서 이런 질문을 해서 좀 우습기도 한데 네가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며 질문이 두 가지 있다고 했다.

P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우리나라에 여행을 다녀온 친구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며 이해가 안 돼서 직접 물어보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녀는 질문을 쉽게 꺼내지 못하고 말을 빙빙 돌리며 웃기만 했다.

무슨 질문이든 괜찮다고 하자 말을 시작했다.

첫 번째는 한국은 샤워를 여러 사람이 모여서 같이 한다고 하던데 아니지?

이 질문을 듣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호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헬스클럽에 간 적이 있다. 딸과 함께 수영하려고 탈의실 중간에 크고 넓은 나무 탁자에 가방을 두고 옷을 갈아입는데 호주 여자들이 옷을 샤워실 안에서 갈아입고 나왔다. 어쩌다 한두 명이겠지 했는데 들어오는 사람마다 모두 옷을 개인용 샤워실에서 갈아입는 것을 보고 놀라서 서둘러서 옷을 입었던 기억이 있다. 이런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한국의 대중 목욕 문화를 당연히 신기하게 받아들일 거로 생각했다.

나: 누드 비치에 가본 적 있어?

P: 가본 적은 없지만, 알아.

나: 누드 비치는 장소가 바닷가이고 한국은 장소가 대중목욕탕이라는 사우나가 가능한 곳이 있어서 언제든 갈 수 있어. 성별로 분리된 장소이고 거기에는 냉탕, 온탕, 노천탕, 약탕 등 대형 욕조가 있어. 누구든 물에 몸을 담그며 긴장도 풀고 특히 추운 겨울에는 목욕탕에 몸을 담그면 정말 좋아.

피로 해소는 물론 건강한 생활을 위해 규칙적으로 입욕을 하는 사람도 많아.

P: 친구에게 한국 목욕탕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믿어지지도 않고 상상만으로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누드 비치하고 장소만 다른 거네! 거기에 성별로 분리되어 있으니 누드 비치보다 더 괜찮다는 생각도 드네.

나: 일본은 온천문화가 발달해서 우리나라와 같은 대중목욕탕문화를 가지고 있어.

기회 되면 한국이나 일본에 가서 목욕탕도 꼭 가봐.

P: 여행은 가도 대중목욕탕은 못 갈 것 같아.


P: 두 번째는 남녀가 결혼할 때 동거 먼저 하지 않고 결혼을 한다고 하던데 정말이야?

나: 대부분 그렇지. 요즘은 서로 합의하에 결혼 전 동거를 하는 커플도 있데.

P: 살아보지 않고 상대방을 어떻게 알 수 있지?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나: 문화 차이가 있는 것 같아. 나 역시 혼전 동거는 정말 반대하던 사람이었는데 호주에 20년 가까이 살다 보니 딸이 결혼 전에 동거를 먼저 경험한다면 반대하지 않을 것 같아.

이혼 확률을 낮추려면 혼전 동거가 괜찮다는 생각도 들어. 아이들을 과보호로 양육하는 경향이 심해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지 경험해 보고 결혼하는 방법도 좋다고 생각해.

P: 한국에서는 지금도 결혼 전 동거는 선호하지 않아?

나: 아마도 대부분 부모가 반대할걸!

P: 성인이 된 자식들 일을 반대하는 것도 좀 그렇고, 그 말을 듣는 사람들도 이해되지 않는다.

나: 각자의 장단점은 있지만 성인이면 자기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부모들이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 너도 그런 사람이잖아? 나도 그런 사람이고 한국 부모들도 그렇게 하려고 많이 생각하는 과도기 같아.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동거하지 않아도 평생 반려자로 적당한지 교재를 통해 알게 되고 일단 결혼하면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것 같아. 자녀가 있는 경우는 더 그렇지.

그 또한 우리 세대 이야기고 현재 젊은 세대는 비혼주의자도 많데.

P: 맞아. 처음에 친구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아주 이상했는데 지금은 무슨 뜻이 담겨 있는지 이해했어.

온 세상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겠지. 단 방법이 다를 뿐.

나: 앞으로도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 입 보다 몸을 많이 사용한 대화라서 진땀 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떤 부모가 지혜로운 부모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벌써 성인이 된 두 아이 일에 우리 부부는 흔한 말로 참견하지 않는다. 다만 어떠한 일이 생기면 의견을 물어올 때 며느리에게 유익한 쪽으로 이야기한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아들임을 잘 알기에 그 이야기도 백 퍼센트 믿지 말고 너의 생각과 비교한 후 행동하도록 권한다.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하기도 하고 말이 없다면 잘 살겠지! 걱정 대신 그들을 위한 기도로 대신한다.



한 줄 요약: 이 세상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의 행복을 위해 매일 두 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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