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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Jul 27. 2023

트라우마가 준 선물

나로 사는 게 뭐야?

트라우마가 좋은 점도 있을까?


기업체는 직원 건강 검진을 위해 저렴하면서도 실력이 좋은 병원을 당연히 원한다. 기업체와 병원의 입장을 조율해서 직원 건강검진 계약을 체결하는 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다.

계약한 회사의 건강검진 날이면 병원으로 출장 가서 계약서에 맞게 잘 이행하고 있는지 체크도 하고 늘 바쁘게 생활하는 친구다. 그 친구 말을 빌리자면  40~50대 많은 남성이 건강검진을 위해 혈액을 채취하면 혈액의 반 이상이 기름 성분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요즘은 20대에서도 성인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 건강관리의 필요성이 중요시되는 시점이다.


호주는 일 년에 한 번씩 혈액검사를 대부분 한다. 개인의 병명과 건강 상태에 따라 검사 기간이 다르기도 해서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남편은 6개월에 한 번씩 검사한다. 평소 건강한 편인 나는 의사의 결정에 따라 2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는다.


공복에 혈액검사를 위해 pathology에 갔다.

혈액을 3병 뽑은 간호사는 내 혈액이 담긴 병을 흔들며  "내가 간호사 생활 20년 넘게 하면서 너처럼 이렇게 깨끗한 혈액은 처음 봐! 검사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라며 신기한 사람이라도 만난 듯 쳐다본다.


병원에서 결과를 보러 오라는 편지가 왔다.

결과를 한참 보고 있던 의사의 얼굴에 주름이 사라지더니 보조개가 보인다. 그는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라고 했다. 물론이라고 대답하자 평소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냐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이하인 사람은 나의 연령대에 처음 보았다는 의사.  혈압과 당뇨는 10대 같다며 비결을 물어보았다. 요즘 SNS가 유행이니 내가 먹는 식단과 생활을 공유한다면 많은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이라며 권했다.


건강관리를 잘하는 편인 나는 이유가 있다.

중학생이었던 어린 나는 아빠의 죽음으로 트라우마가 생겼다. 아프면 병, 병이 생기면 극심한 통증을 겪고 그다음에 이별로 더 큰 아픔을 경험해야 한다는 테이터가 입력되어 있다.

이별하지 않으려면 관리해야 하고 가족을 슬프게 하지 않으려면 건강해야만 한다고 입력된 무의식. 마치 나무들이 자기 몸이 기형처럼 변형이 생기 든 말든 해를 받아들이기 위한 방향으로 가지를 키우는 생존 방식과 비슷하다.

건강하기 위한 공부와 규칙적인 생활, 식단 등을 한다.

치과도 6개월에 한 번씩 스케일링 및 정기검진. 연령대별로 필요한 영양소들을 챙겨 먹는다.

그런데도 몸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가 있다. 피로감, 혓바늘이 올라오려는 신호, 평상시와 다른 그 어떤 컨디션이 발생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근력운동은 주 3회, 유산소 주 2회 , 식단, 단백질 섭취는 작은 양이라도 끼니마다 필수.

오늘 하루, 이번만 하며 무너지는 그 한 번이 쌓여 내 건강의 적신호를 만들기 때문에 미루지 않고 골고루 하고 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먹고 싶은 음식들을 양껏 먹고 군것질도 하고 과음하는 경우도 있다.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건강관리에 소홀하거나 건강에 해로운 생활이나 행동을 보면 불안하다.

잠깐 방심하면 불안이 점점 커지면서 상대방을 컨트롤하려고 한다. 불안은 마음의 열이라고 했던가! 신체의 열이 오르면 해열제를 먹듯이 불안이 생기면 마음의 해열제가 필요하다. 마음의 열을 내리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불안이 생김을 인지함이다. 첫 단계를 인지하지 못하면 화나 분노로 발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번째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로 구분한다.

세 번째는 나의 감정이 완벽하게 사라지기까지 기다린 후 상대방과 대화한다.

이 단계를 무시하면 표정이 굳고 말투가 퉁명스러우며 생각을 발전시킨다.


남편은 혀의 유혹에 항상 넘어가는 사람이다. 먹고 싶은 것은 참을 수 없고, 아이스크림은 거의 매일 먹고 식단에는 관심도 없더니 몸에서 오는 신호를 통역하기 위해 병원을 순회 중이다.

그런 남편을 보면 불안했고 화도 났고 미웠다.

절대로 남편에게 화낼 일이 아니었다. 미워할 필요조차 없었다. 위의 세 단계를 실천하면서 모든 분노의 원인이 나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알았기에 그냥 웃으면 된다.


나이에 비해 항상 20년 이상 젊게 나오는 나의 건강검진 결과가 감사하고 신기하다. 트라우마라고 모두 나쁜 것은 아닌 듯하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은 것처럼 트라우마를 잘 컨트롤할 수 있으면 최고의 보약이 될 수도 있다.



한 줄 요약: 누구, 무엇 때문에 화가 난다면 원인은 나에게 있다. 뭐라고요? 아니라고요! 다시 잘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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