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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Sep 11. 2023

글 쓰다 망했다

멋지게 나이 들기


친구에게 무엇하냐는 문자가 왔다. 환절기라서 옷 정리한다고 답장하려고 환절기를 영어 단어장에 쳤더니  the change of seasons라고 긴 숙어가 조회된다. 한글과 한자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한글로 작성된 한 보고서를 영어로 작성해서 확인한 결과 영어가 두 배의 종이가 필요하다고 한다.

한글이 세계 공통어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친구의 답장에 환절기라고 한글로 쓰고 괄호 안에 영어 숙어를 써서 보내면서 한글이 짧고 편리하다고 알려주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옷을 계절에 맞게 바꾸어 정리해야 한다.

두꺼운 옷을 서랍장 깊은 곳에 넣고 가벼운 옷은 서랍장 앞쪽으로 옮기는데 올겨울에 입지 않고 넘어간 청바지가 눈에 들어온다.

거의 20년 넘게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청바지가 한 해 동안 서랍 속에서 외출도 못 하고 있다. 직장은 유니폼이 있고 집에서는 운동복 두 벌이면 충분하고 어쩌다 하는 외출도 옷 한두 벌로 번갈아 입는다. 입지 않고 두 해를 넘기면 과감하게 기부하거나 정리함이 옳다. 오래된 청바지를 보니 무관심했다는 미안함에 입어보며 내년에 입어야지 중얼거렸다.


헉 !!


바지를 입고 지퍼를 올리려고 하는데 불가능하다. 평생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20년 넘게 변함없던 나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되돌아본다.

약 10개월 전부터 라라 크루라는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다. 주 2회 글을 쓴다. 더 쓰지는 못해도 정해진 규칙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강제성이 없는 모임이지만 주에 2개의 글은 최소한 쓰려고 한다. 그 모임을 시작하면서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고 책 보는 시간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일이다.

주에 두 개의 글을 발행하려면 매일 조금씩 쓰고 책 읽고 다른 작가들 글 읽고 댓글도 쓴다. 이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겨울 동안 펑퍼짐한 운동복 바지를 주로 입었다. 조금씩 늘어난 군살을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갑자기 놀라고 충격받았다. 흔히 말하는 중부지방, 신체 중 중간 부위인 아랫배와 옆구리에 군살이 많이 붙었다.

평생 나의 몸은 별 변화가 없었는데! 갱년기가 한창일 때를 제외하고 말이다.


저녁 식사 후 설거지도 남편의 일이므로 바로 책상에 앉는다.

원인은 저녁 식사 후 바로 책상에 앉았던 버릇이 일 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몸의 변화가 생긴 것 같다.

남편에게 책상을 서서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여러 가지 물건을 찾아보다가 고양이 캐리어(높이 약 40cm 정도, 넓이 약 50cm 정도)를 가져온다. 책상에 올려보니 사용하기도 편하고 튼튼해서 안성맞춤이다.

식사 후에는 최소한 두 시간 이상 의자에 앉지 않고 서서 글도 쓰고, 읽고 하려고 한다.


지난 10개월을 평소와 다르게 생활했으니, 앞으로는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생활을 천천히 바꾸어야겠다. 나이가 든다는 건 여유 또한 늘 함께 지니도록 관리해야 한다. 20~30대라면 운동량을 늘리고 식단도 하루 세끼를 하겠지만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할 때 실천하는 자신도 주변 사람도 편하고 좋은 영향을 서로 주고받을 것 같다.

환절기! 겨울을 보내는 마음은 좋다. 봄을 맞이하는 기분은 신난다! 좋은 마음과 신나는 기분 사이를 거니는 요즘은 많은 것들이 아름답다.



한 줄 요약: 겨울아 잘 가~~ 가는 길에 내 뱃살도 가져가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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