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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Oct 05. 2023

가벼운 얼굴

멋지게 나이 들기

1. 약국 문을 나오는 한 남자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노동자를 나타내는 노란 유니폼에 회색빛 기름때가 묻어있고 얼굴 몇 군데에 연지곤지처럼 얼룩이 앉아있다.

손에 든 물건을  눈까지 올리더니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그 미소는 어깨를 한껏 올리더니 발걸음의 무게를 가져간다.

마리화나 한 통에 그의 하루 고단함이 구름처럼 풀어져 바람 타고 흩어진다.


2. 친구 중의 한 명이 차에 문제가 생겨서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들 등교를 위해 가장 빠른 방법은 5분 거리에 있는 그녀의 남편 회사에 가서 남편의 차를 이용하는 일이었다.

친구는 남편 회사에 도착했다. 회사 관계자는 바쁜 걸음으로 그녀의 남편인 K에게 갔다. "밖에 너의 아내가 왔는데 화가 많이 난 얼굴이야. 너 혹시 잘못한 거 있어?"

"아니 전혀 없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얼른 나가보라는 회사 직원.

밖으로 나온 K는 아내의 얼굴을 보자 평상시와 다름이 없음을 알았고 별일은 아니구나 생각하며 아내에게 자신의 차 열쇠를 주었다고 했다.


3. 링컨이 대통령으로 취임하자 절친한 친구 중의 한 명이 새로운 장관으로 한 사람을 추천했다. 링컨은 그 사람을 기용하지 않았다. 친구가 이유를 묻자,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친구는 "얼굴이야 부모가 만들어 준 것이지 그의 책임은 아니지 않은가!"

친구의 말에 링컨은 어릴 적에는 부모가 만들어 준 얼굴로 통하지만, 사람이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자신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거울 앞에 섰다. 웃었다가 무표정했다가 메롱~도 해보았다.

하루 중 어떤 표정이 나의 얼굴에 가장 많이 머물러 있을까?

젊을 때는 습관적으로 미소를 만들어야 했던 직장생활이 정말 힘들었다. 퇴근 후에는 하루의 고단함으로 더 무거워졌을 얼굴.

웃을 일이 거의 없었던 현실과 일방적인 미소를 강요받았던 진실과 먼 표정.

어색한 표정에 차라리 인상을 쓰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던 날도 있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 기분에 따라 웃음은 어디론가 숨었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일주일, 한 달, 미래의 무게를 얼굴에 담고 과거의 무게까지 더해져 무거표정으로 지나온 시간도 있었다.


현재 나의 얼굴은 몇 번일까?

대문을 나가는 순간부터 웃을 준비를 해야 한다. 친숙하건 낯설건 서로 미소와 인사는 일상이다.

그 습관적인 미소 속에 미래의 무게들이 점점 어디론가 사라졌다.

쨍하고 해 뜨는 날처럼 나에게도 1번 같은 나날이 있었다.

연애할 때는 당연히 입꼬리가 귀에 걸려서 내려오지 않았겠지!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그들과 마주치면 습관적으로 자동으로 미소를 넘어 함박웃음이 만들어졌다.

그동안 웃지 않았던 시간을 채우기라도 하듯 과하고 과하게 항상, 늘 미소는 내 얼굴에 나와 함께 살았었다.



이제 내 얼굴에는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오늘, 지금이 있다. 행복할 이유밖에 없다.

1번~3번까지의 표정을 그 누구도 나에게 강요한 사람은 없었다. 나의 선택이었고 현재는 1번의 얼굴이 나의 얼굴이다. 이 또한 나의 선택이다.



한 줄 요약: 나의 표정은 나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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