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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프랑스시골소녀 Apr 11. 2021

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프랑스 시골 소녀가 되겠다고 프랑스에 온 지 거의 20일째이다.
첫 2주는 파리에 파리지앵 라이프를 즐겼고,
첫 나의 시골 라이프를 시작한 이곳은 몽펠리에에서 1시간 남짓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 지낸 지 벌써 일주일째.

스위스 사람인 크리스티앙 아저씨와 수잔 아줌마
그리고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영국인 룸메이트 레이첼과 

애교 넘치는 개 4마리 (바베트, 비듀, 조아유, 폭시),
매일 치즈를 위해 젖을 내어주는 염소 4마리, 양 4마리
닭, 잉어, 기니피그, 산속의 새들과 함께

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아침에 닭과 새소리가 알람처럼 울려 퍼지는 방 안에서
조금만 움직이면,  바스락 거리는 이불 소리에 레이첼이 깰까 조심스러운 첫날의 아침이었다.
서로 일어나자마자 불어로 “봉쥬르”를 외치고 , 지난밤 춥지 않았냐고 안부를 자연스럽게 묻고
우리는 바로 부엌으로 건너갔다.
이미 수잔 아줌마는 일어나서 바라만 봐도 아름다운 산을 보며 차를 마시고 있었고
난 그 앞을 손을 흔들며 지나쳤다.  

내가 사는 이 울타리 안에는 3개의 집이 있는데 

크리스티앙 아저씨 집과 수잔 아줌마 집, 그리고 가장 서늘하고 아늑한 곳에 레이첼과 내가 머무는 

우리의 작은 캠핑카가 있는 마치 이곳은 작은 마을 같다. 


레이첼과 내가 살았던 낡고 작은 캠핑카 


크리스티앙 아저씨와 수잔 아줌마는 둘은 예전 부부였지만, 지금은 이혼한 사이 인듯했다. 
(레이첼도 이혼한 거 같다고 하지만, 그녀도 아직 그들을 잘 모르는 거 같다. )
하지만, 이혼한 사이인데도 이렇게 다정할 수 있을까?

그 어느 함께 사는 어느 부부보다 사이가 좋아 보인다.
한 울타리 안에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고, 하지만 각자의 공간과 시간을 존중해주는 친구 같은 사이.

크리스티앙 아저씨는 사실 아저씨인지, 할아버지인지, 아저씨와 할아버지 사이 그쯤 어딘가 계신 모습을 하고 있다.  난 그냥 아저씨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쯤이 내가 더 편할 거 같아서 이다.
그의 모습을 살짝 나열하자면 다리는 남자치고는 정말 가늘지만, 목소리에 언제나 힘이 있으며 
지금은 퇴직을 하고 수잔 아줌마의 아버지 때부터 지낸 40년 된 이 작은 집을 지키고 있다.
그는 "울랄라” 표현을 내가 본 어느 티비에 나오는 프랑스인들보다 가장 힘 있고 프랑스인스럽게 표현하고,
테라스에 있는 그 만의 술장고 옆에 앉아 늘 맥주를 즐겨마시며, 말아 피는 담배를 피우는 그는 
늘 노래하듯 이야기하는 나는 늘 그가 인상적이다.  
( 그의 이 사이에 있는 그 어떤 그을림 같은 것은 아마 그의 인생이 늘 담배와 함께 해왔음을 알려주는 듯하다)





수잔 아줌마는 나와 레이첼이 머무는 집과 크리스티앙의 집 사이에 자리 잡은 

가장 예쁜 그림 같은 집에 살고 있다.

사실 그림 같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아름다운 광경을 볼 때 간혹 사람들은 "그림 같다"라고 표현하지만 직접 본 아름다움은 그림이 견줄게 못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가 늘 꿈꿔온 그런 자연 속의 오두막 집이다
그녀는 늘 그녀 만의 울타리 안에서 햇볕을 쬐기도 하고. 정원에 물을 주기도 하고, 노래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 아직 그녀의 울타리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그저 가끔 가져다주시는 파이를 보며 아줌마가 요리했을 그곳을 지나쳐가면 늘 상상해본다.  





규칙 없어 보이는 이곳에 보이지 않는 규칙들이 있고, 그곳에 우리는 살아간다.
더러워 보이는 이 부엌에도 위생과 청결이 지켜져야 할 곳은 지켜지고,
스푼 하나부터 올리브 하나까지 각각 자기의 자리가 있다.

아침을 간단히 먹으며 크리스티앙 아저씨는 오늘 할 일과 살 물건들을 종이에 적었다.

그리고 뜨거운 햇빛을 조심하라는 당부에 레이첼과 나는 한국에서 가져온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정원으로 향하였다.

오늘의 할 일
감자 30개 심기와 파에 거름주기, 작은 밭에 돌 거르기 정도였다.

뜨거운 태양이 아침부터 쏟아지는 이곳에 일하는 내내 나는 생각했다.
“아침 좀 많이 먹을걸”


일어났다 앉을 때마다 어지러웠다. 

밥을 조금 먹어서 어지러운 건지, 

태양이 너무 뜨거워 어지러운 건지,
내가 이 아름다운 남프랑스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어 어지러운 건지,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생각할 겨를 없이 핑 - 돌았다.
이런 나의 저질 체력.. 

다시 정신 차리고 감자를 심어 본다.

손톱 사이로 들어오는 흙이 기분 나쁘지 않다. 

말라 보이는 흙을 들추니 촉촉하고 기분 좋은 촉촉한 흙이 가득 들어있다.
정원일을 2시간 남짓 치른 후 점심 먹고 나니 
크리스티앙은 오전을 알차게 보냈으니 이제는 낮잠을 잔다며 그의 방으로 올라갔다.

낮 2시
뜨거운 태양 아래 레이첼과 나는 테라스에서 불어 공부를 시작했다.
태양이 너무나 뜨거웠지만,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불어를 공부했다.  
우리의 불어는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우리는 비슷한 수준이었고, 이런 불어로 서로 대화가 되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사이 수잔 아줌마가 수영 후 가져온 딸기 파이 


직접 기른 달다 못해 꿀을 머금은듯한 딸기가  한가득 들어있는 파이를  한입 먹으니
나도 어느새 레이첼 처럼 영국식 억양으로 “음~”을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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