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이곳에서 마지막날. 해먹에 누워 처음 크리스티앙 아저씨를 만났던 날을 생각해본다. 낡은 분홍 티셔츠를입고 웃을때 보이는 색이 변한 누런 치아와 살짝 어정쩡 하게 걷는 모습의 그. 그리고 수영후 젖은 진분홍 티셔츠와 머리위에 수건을 얹고 개 두마리와 들어와 반갑게 인사했던 주름이 너무나도 예쁜 수잔 아줌마. 그리고 나의 룸메이트 레이첼. 그들과 이곳에서의 마지막날을 보내고 있는
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있다.
몇번이고 레이첼은 내게 묻는다.
“믿어져? 오늘이 마지막날이라는걸”
그냥 웃음을 지어 보이며, 아무렇지 않은 듯 해보이려 노력했지만 어찌나 마음이 허한건 어쩔수 없나보다. 레이첼과 함께 마지막 치즈를 만들고, 우리의 캠핑카를 청소를 하고, 함께 점심을 먹었다. 내가 머물던 침대를 정리하며 7월에 크리스티앙 아저씨와 수잔 아줌마의 딸 멜라니 가족이 머물 이곳을 잠깐이나마 상상해봤다. 내가 그랫듯이 시원한 나무 그늘아래, 바람결에 움직이는 해먹에서 멍 때리기도하고, 책도 읽으며 더위를 식히겠지. 또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12마리의 큰 잉어들이 사는 연못 같은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겠지. 그리고 열심히 키운 장미, 백합, 등 꽃들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하겠지. 또는 내가 만들어 놓은 치즈와 체리쨈을 먹으며 이렇게 말할테지.
“올 여름에도 치즈와 체리쨈이 완벽하네요”
하나하나 잊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곳저곳을 마음에 새긴다.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크리스티앙 아저씨는 나에게 물었다.
“한달동안 여기서 살면서 어떤 점이 제일 좋았어?”
“정원에 물줄때 와 밭에서 식물 주변에 잡초 제거할 때 요”
“왜? 그일 제일 좋았어?”
“매일 정원에 물을 주면서 꽃이 하나하나 피면서 정원이 점점 아름다워지면 행복해지고, 또 밭에서 잡초제거하면서 농작물과 잡초가 구분 안되던 땅에, 정리된 밭을 볼때 기분이 좋았어요”
(사실 이렇게 우아하게 불어로 표현하지 못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이런 이야기로 정리하여 얘기했으니 잘 전달되었길 바란다)
레이첼도 내 얘기를 듣더니 말했다
“나도나도”
물을 주거나, 잡초를 제거하는 일. 가장 지루하면서도 재미없는 일인데, 그 일들이 가장 즐거웠다. 잡초들이 너무 많아서 어디까지가 정원인지 모른채로 물을 주던 어느날 어느새 꽃 봉우리가 탁 터져 아름다움을 서서히 뽐내는 꽃을 보면 매일매일 정원에 물주는 일이 기대 되었고, 특히 내가 움직이는 물줄기의 방향에 따라 꽃 내음이 콧속으로 뿜어져 들어올 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그렇게 지난 한달을 얘기하던 중 갑자기 크리스티앙 아저씨는 잊을 뻔했다며, 봉투에 이것저것 담기 시작했다. 함께 키운 엄청 기다란 호박같은 채소와, 오늘 아침에 내가 만든 치즈와 종일 만들었던 체리쨈, 잎사귀 사이사이 아직도 흙이 묻어 있는 샐러드까지. 마치 시골 할아버지댁에 갔다가 명절 때 이것저것 바리바리 챙겨가는 손녀처럼, 벌써 양손 무겁게 들려있었다.
어느새 모든 짐을 다싸고 거실에 모여 차 한잔을 하며 수잔아줌마는 엊그제 태어난 새끼 염소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셨다. 레이첼과 나의 이름을 요리조리 붙여 보다 결국 지은 이름
‘체리’
수잔 아줌마가 왜냐고 묻자 우리는 이렇게 말했다
“레이첼의 첼, 이랑 유리의 리 랑 합쳐서 ‘첼리’인데, 발음 쉽게 체리가 좋을거 같고, 심지어 체리시즌에 태어났으니까요”
“브알라~(프랑스 놀란표현) 너무 딱 맞는 이름이다.”
그렇게 새로태어난 새생명의 이름을지어주며 마무리된 나의 프랑스 시골에서 첫 한달. 너무 시골이라, 아저씨 차를 타고 나가기 전까지는 집에만 있어야 했지만, 매일 봐도 아름다운 풍경들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달래주었고, 40도까지 치솟는 폭염에도 나는 해먹과 책만 있으면 어느 휴가 온 사람 마냥 남부럽지 않았고, 불어를 못해서 못 알아들어도 함께 불어 공부를 할 수 있는 룸메이트가 있었고, 뜨거운 물을 쓰려면 벽난로를 떼야하는 시골 집이지만, 연못 ? 겸 수영장인 커다란 수영장도 있었고, 아침마다 닭과 양들의 지나친 커뮤니케이션으로 늦잠이라는건 잘 수 없었지만, 한달동안 태어난 새끼양 2마리, 새끼염소1마리, 병아리 5마리까지 나에게 따뜻한 마음을 선물해주었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도착한 Monpellier (몽펠리에). 시골 탈출(?)겸 도시 도착(?) 환영 겸사겸사 맛있는 음식을 먹기로 했다. 시골 가정식도 진짜 맛있었지만 멋진 쉐프가 차려준 멋진 음식이 가끔이 그립기도 했었나보다. 노을이 멋지게 물든 바닷가 선착장에 위치한 아름다운 레스토랑에 들어서 각자 맥주를 시켰다. 그 한모금은 잊지 못한다.
우리는 한달간의 그곳에서 삶을 계속 얘기하며 저녁을 맞이했다. 첫번째라 잊지 못할것이고, 내가 꿈꿔왔던 곳과 걸맞는곳이라 더 행복했던 율율 첫번째 프랑스 시골살이.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시골살이에 발을 내딛어 본다.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