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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영 Jan 19. 2023

꿈이 '재벌 2세'라고??

사랑하는 딸에게 들려주는  꿈 이야기

사랑하는 우리 딸에게    

이제 너는 그저 바라만 보아도 흐뭇하고 어여쁜 열여섯, 중학교 3학년이구나.

결혼 10년 만에 어렵게 가져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니 눈에 항상 넣어 다니고 싶을 만큼 귀하고 예쁜 딸이다.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줄 때 차에 내려서 걸어가는 뒷모습을 내가 얼마나 소중하게 오래 담아두곤 하는지 너는 알까?


  차에서 내려 학교로 들어가는 딸아이의 뒷모습을 꿀이 떨어지게 바라보곤 한다.


얼마 전 우리는 너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었지.

“꿈이 뭐냐?”는 나의 질문에 너는 잠시도 주저 없이 “재벌 2세!”라고 대답했지.


물론, 농담이라는 걸 알지만, 나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내가 재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라도 재벌이 될 수 있을까? 공부도, 투자도 모두 올인하면 가능성이 있기는 할까?  네가 재벌 될 가능성이 클까? 아님, 내가 재벌 될 가능성이 클까? 둘 다 같이 노력해 볼까? ’    


문득,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이 생각난다.

‘힘을 보라!’

노인에게서 쇠약함 대신 원숙미를 보고, 어린아이에게서 유치함 대신, 천진난만함을 보라는 뜻이야. 부정보다는 긍정의 힘! 그것이 우리를 꿈으로, 성공으로 인도한다고 생각해!  안 되는 이유 백가지 보다, 되는 이유 한 가지가 더 중요한 거지.   


  엄마가 재벌이 아닌 점은 좀 미안하구나.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많아. 그러나, 우린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꾸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말이야.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에 아쉬워하며 슬퍼하면서 힘을 낭비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에너지를 집중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엄마는 사실 ‘재벌’이라는 것에 별로 매력을 못 느끼겠어. 살면서 그저 심플하게 꼭 필요한 몇 가지만 있으면 족하거든.  좋아하는 음식 맛나게 먹을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옷 입을 수 있고, 우리 식구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 있고, 하고 싶은 일 찾아서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  만날 수 있고, 가고 싶은 데  내 발로 갈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럽거든.   


눈병이 있는 길고양이 ‘백미’를 데려와 예방 접종하고, 병 치료도 하느라 동물병원에 몇 번 같이 다녀온 이후 너의 꿈은 또 바뀌었지.

”엄마! 나 수의사 될까 봐! ”

“정말? 왜 수의사가 되고 싶은데?”

“돈 많이 벌잖아. 병원비 엄청 비싸던데...”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너의 희망은 여전했다. 어쩌면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 예쁜 딸, 담인아! 엄마는 네가 돈 많이 벌기 위해 의사나 수의사가 되려고 한다면, 별로 달갑지 않구나! 앞으로 시대에는 의사가 지금처럼 돈 많이 벌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것보다는 네가 아픈 동물들을 치료해주면서 보람을 느끼는 동물병원 의사가 되고 싶다면 좋겠다. 그러면 엄마가 기꺼이 너를 응원해 줄 거야.    


앞으로도 네 꿈은 많이, 자주 바뀔 수 있겠지. 어떻게 꿈이 또 바뀔지 모르지만, 네가 그 일을 할 때 재미있고 행복하고 신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일이 네 주변에,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으면 더욱 좋겠다. 그러면 돈은 자연히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작은 것에 의미를 두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리 많은 재산도 필요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단다.    


  너는 한 때 글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도 했었지. 우리 동네에 있는 ‘회현 커피’ 같은 조그맣고 분위기 있는 커피숍에서 차도 팔고, 노트북을 펼쳐놓고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었지.     

“오메! 그건 나의 로망인데,,,”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단다. 네가 그런 작가가 된다면, 나도 그 옆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책을 읽고 글도 써볼까나 생각했더란다.    


흔히 사춘기 아이들이 그렇듯이 우리 딸도 10대 가수의 열혈팬이었지. 워너원 멤버 중 옹성우를 실물 영접하는 게 소원이었고. 까무러칠 만큼 좋아하더니, 빙의 글을 주로 쓰는 팬 밴드의 운영진으로 한동안 열심히 활동한 걸 엄마도 알고 있었어. 게재한 글을 몇 번 훔쳐보았는데, 너무 잘 써서 남몰래 흐뭇해하곤 했었단다.


“내가 봐도 잘 쓰네. 소질 있어. 제법이야!”

네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할 때는 내심 반가왔단다.  어쩌면 그거는 오래된 나의 꿈이기도 했기에.    


 문득, 나의 꿈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엄마는 어렸을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게 좋았어. 사람들한테서 “잘 그린다” 칭찬받기도 했고. 한두 번 학교 대표로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 온 적도 있었지. 중학교 땐 미술 선생님이 꽤나 예뻐해 주기도 하셨단다. 국어 선생님을 좋아했고, 국어시간에 시를 써오는 숙제를 내주신 적이 있었는데, 내 거를 칭찬해주신 기억이 나에게 문학을 좋아하는 계기가 된 듯하다.    


  막상 진로를 결정할 때 엄마는 엄청 현실적인 결정을 해 버렸어. 먹고살기 위해서 어떤 게 제일 좋을까를 생각했지. 아니, ‘좋을까’가 아니라 ‘편할까’를 생각했던 것이었어.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건 왠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어. 좋아하는 마음을 잃게 될까 두려웠던 거야.

그때 내가 문·이과 선택할 때, 학력고사 시험 보고 전공학과를 선택할 때, 누군가와 진지하게 상담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만큼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내 성향은 분명 문과 쪽이었다.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시를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왜 약대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먹고살기 위해 편해 보이는 길을 선택했다. 결국 약사가 되지도 못한 것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별이 되어버렸다. 저 멀리서 반짝이는 그것들을 다만 그리워할 뿐.

좋아하는 일과 관련된 직업은 찾으면 얼마든지 많았을 텐데. 그러면 내가 더 잘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림을 좋아하니까 디자인 분야로 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내 직업에서 꿈을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림은 순수하게 그냥 그리면 되는 거였는데. 내 생에 두 번째 아쉬운 부분이다. (첫 번째는 나중에 이야기해줄게)    


  그래도 엄마는 별바라기처럼 꿈을 바라보기만 하진 않으려고. 할 수 있는 만큼, 성큼성큼 다가가 보려고 해. 사람은 살아가는 내 내 가 성장 기래. 엄마 나이 비록 50이 넘었지만,  요즈음 에세이 쓰기를 배우고 있어. 너무 재밌단다. 가슴 뛰고, 설렘 느끼며 수업을 기다리는 기분을 지금 학생인 너는 알 수 있을까?    


화가가 아니어도 괜찮아. 그냥 그림 그리면 되는 거니까.

꼭 작가나 시인이 되지 않아도 좋아. 그냥 나의 글을 쓰면 되는 거 아니겠어?

누가 봐주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런데, 우리 딸은 좋아하는 일과 관련된 직업을 찾았으면 좋겠어.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하지만, 변하지 않는 본질은 있으리라 생각해.

그걸 실현하는 방법이, 기술이 달라진 것뿐 아닐까?

좋아하는 일은 언젠가는 꼭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단다.    

그럼, 일상이 ‘행복’이지 않을까? 행복한 우리 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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