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금지 운동을 계획하고 실천한 이야기
‘아! 나도 칼자루를 쥐고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나에게도 니체가 말한 권력에의 의지가 있는 것일까?’
프리드리히 니체는 그의 저서 <선악의 저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자신을 강화하고, 고양하고 싶어 하는 ‘권력에의 의지’라는 본능적 의지에 의해서 규정된다.’
자신을 강화하고, 고양 시키면서 자신의 힘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이야말로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가장 근본적인 본능이라는 것이다.
나는 시청에서 재활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요즘 청사 내 일회용품의 무분별한 사용이 심각하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솔선수범하여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분리배출을 잘하고, 재활용을 잘해야 할 공무원들이 코로나의 영향으로 위생상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들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고 마구 버려지고, 여기저기 쌓여있는 것들이 내내 마음이 불편했고 눈에 거슬려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공무원이 솔선수범하여 일회용품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컵 뚜껑과 빨대 등을 잘 분리해서 배출하자!’라는 내용을 골자로 청 내 운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때마침 ‘청사 내 반입 금지!’라는 시장님의 더 강력한 지시가 떨어졌다. 내심 반가웠다!
시장님은 플라스틱만 반입 금지하고 종이컵은 가능한 걸로 말씀하셨지만, 내 생각은 이왕 할 거라면 둘 다 금지해야 한다! 쪽이었다. 전라북도에서 내려온 실천지침을 우리 캠페인에 유리하게 해석하는 일종의 권력이 여기서도 행사되었다.
종이컵, 플라스틱 포함한 “우리, 일회용품 없는 청사 만들어봐요” 운동을 추진했다.
2021년 5월부터 우리 시청사 내로 공무원은 물론 일반 시민도 일회용품을 가지고 출입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추진했다.
결재과정에서 부시장님은 우려를 나타내셨다.
“요즘 신세대들은 커피 한잔 마시는 게 소확행이라고 하는데, 플라스틱 컵 말고 종이컵까지 제한하는 건 반발이 있지 않겠어?”
“청사 밖에서 다 마시고 오도록 권유하겠습니다! 플라스틱만 제한한다면 반쪽짜리 캠페인이 되고, 의미 없어집니다.” “텀블러 들고 다니기 운동을 하겠습니다.”
“그래. 잘 해봐. 내가 지켜보겠어.”
시장님께서는 “재활용. 중요해!” 한마디 해주셨다.
부시장님의 우려와 시장님의 격려로 우리 팀은 본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벌였다.
“공직자 솔선수범하여 1회용품 사용 손절 합시다!”
“군산시청 직원이 먼저 재활용 홍보대사가 되어주세요!”
“1회용품 줄이기! 우리가 먼저 솔선수범합시다!”
“ 2021년 5월부터 1회용품 청사 내 반입 금지됩니다. 함께 해주세요!”
“지구를 위한 용기가 필요해, 사회적 용기 두기”
이런 문구를 새긴 피켓과 전단을 준비했다.
일주일 동안 매일 8시부터 9시까지 출근 시간에 우리 부서 전 직원이 시청 로비 앞, 뒤쪽에서 피켓을 들고 재활용을 외쳤고, 이후 한 달 동안은 우리 팀 직원만 캠페인을 벌였다.
점심시간에는 미리 방송을 틀어 식후 커피를 들고 청사로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홍보했다.
아침 출근길에 텀블러를 들고 오는 직원들 수가 눈에 띄게 늘었고, 시청 주변 커피숍에서는 아예 텀블러를 준비했다가 대여해주기도 했다. 플라스틱 컵으로 넘쳐나던 각 층의 화장실 휴지통은 자취를 감추었다. 내가 세운 계획으로 우리 청사 내 직원들이 변화하고 청사 주변이 변화하는 것을 몸으로 느낀 계기가 되었다. 청사 내에선 일회용품을 볼 수가 없으니 속으로 흐뭇하고 보람을 느꼈다.
그 와중에 ‘니체의 권력’을 생각한 내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난다.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 #플라스틱제로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