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함께 WEST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왔던 친구가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비행기가 이틀 후였는데, 믿기 어렵게도 홈스테이 주인에게 어제 집에서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선뜻 내 방으로 오라고 했다. 미국 공항은 한국보다 위험하고, 여자가 혼자 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다행히 내 룸메이트는 여행을 떠나서 집에 없었고, 다른 하우스메이트들과 상의한 끝에 그 친구가 며칠 동안 리빙룸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 친구는 너무 고마워했고, 아침 일찍 무거운 짐을 잔뜩 들고 우리 집으로 왔다. 나는 함께 짐을 옮겨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 친구는 홈스테이 생활이 힘들었다고 했다. 아마 나처럼 어학원 숙소에서 방을 쉐어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이곳의 삶도 만만치 않다. 네 명이 하나의 주방을 함께 쓰고, 두 명이 한 방을 쓰는 구조라 불편한 점이 많다. 냉장고 하나에 각자의 음식이 뒤섞이고, 서로 다른 생활 습관이나 성격 때문에 참아야 하는 일도 생긴다. 그래도 홈스테이에는 자기 방이 있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다. 결국 어떤 곳이든 장단점은 공존한다. 중요한 건,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려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 친구는 나에게 말했다.
“효심아, 나는 너가 일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어.”
사실 나도 인권 관련 일을 기대했지만, 지금 하는 일은 전혀 다른 분야다.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지만, 단점보다 장점을 보자고 마음을 고쳤다. 새로운 곳에서 다시 적응할 필요가 없고, 이미 3개월 동안 어학연수했던 곳이라 이제는 조금 더 깊이 배워갈 수 있으니까.
그 친구는 내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대신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문득 깨달았다. 사람은 늘 자신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며 산다. 그 친구에게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부러웠지만, 나 또한 다른 누군가의 삶을 부러워했던 적이 많았다. 이번 일을 통해 다시금 느꼈다. 누군가가 간절히 바라던 자리에 내가 서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오늘의 자리와 순간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