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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완 Oct 31. 2023

목적과 수단

나에게 디자인이란 세상을 해석하는 언어에 가깝다

10대시절 나의 꿈은 디자이너였다. 처음에는 자동차 디자인에 푹 빠져서 산업이나 공업디자인 계열로 진로를 희망하다가 미술을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시각디자인에 흥미가 생겨 바꿨다. 큰 범주에서 보자면 산업디자인이나 시각디자인이나 크게 다르진않지만, 세부전공을 고민하는 고등학생들과 상담을 할때는 그 친구들이 이해하기 쉽게 구분해준다.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과학쪽 사고를 한다면 산업디자인을,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인문학쪽 사고를 한다면 (그런 감수성을 지닌다면) 시각디자인을 선택하면 대강 맞는다고. 청소년 진로상담에서 현재시점의 지식과 데이터를 가지고 확신하면 안된다. 내가 대학에서 공부할땐 UX라는 분야가 거의 없다시피했는데 졸업하자마자 폭발적으로 채용이 늘었었다. 그만큼 세상은 빨리 변하고 디자인은 기술분야와 관련이 깊기때문에 더욱 그렇다. 2023년의 청소년이라면 그들이 일하게될 시대는 대략 2030년 그 이후다. 2030년을 예측하는것은 내게 정말 벅찬일이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고 졸업해서 시각디자인 분야와 관련된 일을 이것저것 했다. 한 분야를 정해서 꾸준히 커리어를 쌓았더라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겠지만 난 그렇게하지 못했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보좌하는 디자인을 다루면서 나는 여기저기 기웃거렸고 그런 세계들과 그 속에 있는 내가 뭘 할수있는지 궁금했다.


지금은 디자인작업을 더이상 하지않는다. 그정도 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고 전혀 아깝지않다. 잘 배웠고 잘 활동한 덕분에 조금아니마 세계가 돌아가는 원리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됐다. 좋은 교육환경과 트렌디한 분야에서 꽤 실용적인 기술과 돈이되는 지식을 배웠는데 아깝지않느냐는 질문을 받을때가 있다. 디자인 작업을 하지않는다고 그동안 배웠던 내용이 전혀 쓸모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거 배움에 투자했던 내 노력과 비용을 미래의 목적달성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좁은 시각이다. 모든 배움은 셀수없이 다양한 수단으로 쓰일수있다. 나는 디자인라는 수단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인셈이다. 디자인 작업 그 자체를 목적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디자이너) 전혀다른 일을 할때도 디자인 작업방식은 유용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자인씽킹이다. 



디자인씽킹

디자이너의 사고방식을 경영이나 다른 분야에 도입해서 문제를 해결한다. 이것이 디자인씽킹을 정의하는 말이다. 경영분야에서 한때 나름 신선한 이슈가 됐었지만 지금은 그이상 발전하진 못한것 같다. 



디자인 스프린트

디자인씽킹 베이스에 더 구체적이고 영리한 행동지침을 추가시킨 사례가 구글의 디자인 스프린트이다. 



이렇듯 디자인은 수단으로서 존재할 수 있다. 디자이너라면 반드시 디자인작업을 해야만 하는것은 아니다. 다른 목적을 추구하는 삶이더라도 디자인 작업방식은 상당히 유용하다. 청소년들과의 진로상담에서 나는 이런 이야기는 꼭 해준다. 그런 관점에서 디자인을 인생 첫번째 진로로 삼는것은 현명한 결정이다. 디자이너가 될수도 있지만 나처럼 디자인을 업으로 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분야에서 디자인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때문이다. 평생동안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목적은 하나 이상이다. 앞으로 어떠한 목적을 갖든 그것을 잘 만들어 더 나은 결과로 만들어내는 것,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조금씩 해결하는 것,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겉으로 드러나지않는 속성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해서 효율적인 동작으로 만드는 것 등, 디자인 태도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할 수 있다. 그 일이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기만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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