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주인이 직접 일을 하자

감동을 주는 가게의 조건

by 김정완


아내와 함께 옆동네 안동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결혼 100일 기념으로 스테이크를 썰러 가자며 며칠전부터 벼르고 있다가 드디어 기회가 왔다. 아내가 찾은곳은 스푼더테이블이라는 양식당. 겉은 허름했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데다가 바로 옆에 큰 빌딩이 있어서 가게앞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시간은 4시가 조금 넘었고 허름한 외관때문에 손님은 아마도 한명도 없을거라고 예상했는데, 역시 예상대로였다. 우리가 가게안으로 들어갈때쯤 바깥에서 주방장 아저씨가 먼저 들어갔는데, 그 분이 직접 우리의 주문을 받았다.


이 분이 요리를 하겠지?


요리모자를 쓴 채로 우리의 주문을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곧장 부엌으로 가서 요리를 시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방장이 주문을 받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뭔가 기분이 좋았다. 요리모자를 쓰고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꼈다. 생각해보니 아저씨의 인상도 온화했고 편안했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나니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손님들이 들어왔고, 그래도 장사가 좀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식당을 나왔다. 결제 역시 주방장 아저씨가 했다. 외국여행할 때 겪었던, 결제할 때 식당주인이 손님에게 맛있게 먹었냐는 말 한마디, 그게 없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것까지 바란다면 내가 너무 욕심이 과한것이다.




주인은 '진짜 일'을 해야한다


위 양식집과 반대되는 경험이 있었다. 몇주전에 강원도 동해시로 1박 바다여행을 다녀왔는데,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했다. 웹사이트에서 내가 소통했던 호스트는 이틀동안 만날 수 없었고 주인집으로 보이는 집은 사람냄새가 나지 않았고, 숙소 관리는 누가 하는걸까 혹시 근처 이웃 중 어떤 사람이 아르바이트로 대신 해주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 전반적인 상태는 그리 좋지못했고 작은 디테일들이 많이 부족했다. 웹사이트 호스트 프로필 사진 속 모습은 인상이 좋아보였는데, 실제 현장은 달랐다. 아마도 이 사람은 얼굴마담이고 처음 세팅만 이 사람의 감각을 활용했지, 그 이후부터는 이 곳을 사랑하지 않는게 아닐까 하고 우리 마음대로 추측했다. 체크아웃할 때 불편했던 점을 채팅으로 말했다. 호스트는 알겠다고 하며 사과했지만,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분업은 과연 좋은것일까?


가게 주인이라면 본질적인 일을 직접 해내야한다. 직원수를 줄여서 고정비용을 아끼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고,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손님에게 감동을 주기위해서'이다. 감동과 정성은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전이된다. 서비스를 준비하며 정성을 다하는 주인에게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그런 주인은 손님이 남긴 음식을 보고 가슴아파한다. 철저히 분업화되어 오로지 서빙만 하는 아르바이트생은 손님이 남긴 음식을 보고 가슴아파할까? 개선할 수 있을까? 주인에게 그런 작은 부분까지 이야기할까? 남긴 음식을 직접 보지않은 주인은 그런 이야기를 듣더라도 깊이 공감할 수 있을까?


바삐 돌아가는 현장에서 분업은 굉장히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게 1,2차 산업혁명이 가르쳐준 교훈이다. 정해진 시간내에 빠르게, 많은 결과물을 내려면 철저히 분업하고 절대 다른 일을 넘보지마라. 그 결과 사람들은 자기가 맡은일만 열심히 하게됐고, 결국 우리는 일에서 보람을 찾기 어려워졌고, 억지로 참으며 일을 하게됐고, 다른 경험을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됐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산업현장이 그렇게 되니, 과를 세분화해서 나누고 한 분야의 전문가를 키워내는데 열중했다. 다른사람이 나를 대체하지 못하도록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는것이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2차 산업혁명이 20세기 초니까 대략 1세기 정도의 시간동안은 들어맞는 이론이었다. 문제는 지금 2025년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제네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분야의 통섭과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는 것. 이런 주제로 이야기하자면 너무 길어지고 나도 어려줘지기때문에 나는 단순하게 생각해보려고 한다. 사람은 감동을 느끼는 존재이고 쾌적한 감동을 줄수있는 곳에 페이(Pay)한다. AI와 자동화가 점점 일상화될 앞으로의 미래에 이러한 개념은 더욱 중요해지지 않을까. 그럼 감동은 어디에서 오는가. 한 사람의 정성과 노력,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그에 따른 지식과 지혜에서 온다. 주문 키오스크는 아이컨택을 하지않고 최저시급 알바생은 손님이 남긴 음식을 주의깊게 보지 않는다. 인구감소 시대에는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우리 가게로 들여오게 할게 아니라 지난번에 왔던 손님을 다시 오게 만들어야한다.


그러니까 오늘도 팔을 걷어부치고 직접 나서서 일을 하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에어비앤비의 섹시한점 7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