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있었다. 내가 "집을 리모델링해서 숙소로 운영하고 있어요"라고 하면 "숙소요? 아, 펜션이요~"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있었다. 여행자가 하룻밤 자는 공간은 숙박업소, 호텔/모텔, 콘도, 리조트, 풀빌라, 민박, 게스트하우스(일명 게하) 등 여러가지 이름이 있는데 각각 미묘하게 다른 의미를 가지고있어서 보통 구분해서 사용하게 된다.
도시형 숙박업소는 거의 대부분 호텔, 모텔이 대부분이고 가끔 호스텔이나 이제는 거의 사라져버린 여관, 여인숙이 있다. 건물의 규모와 얼마나 좋아보이는지에 따라서 등급이 수직적으로 나눠지기때문에 도시형 숙박은 구분이 단순한 편이다. 하지만 도시가 아닌 시골이나 자연속에 위치한 숙박업소는 그 종류가 다양한 편인데 건물이나 단지의 규모가 큰 곳들을 제외하고 1~2층 규모로 보통크기인 집 한채의 경우에 대해서는 용어가 조금 확실하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 그 중 대표적인 용어가 펜션과 풀빌라이다.
펜션과 풀빌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펜션은 서서히 지고있고 풀빌라는 최근 떴다는 점이다. 나는 풀빌라의 풀이 Pool(수영장)이 아닌 Full(뭐든 다 있으니 몸만 와)의 뜻인줄 알았다. 2019년에 이탈리아 시골여행을 하며 농가민박을 예약한적이 있었는데 그 곳은 개인 수영장이 딸린 집들이 많았다. 그런 외국집의 형태가 국내에 수입되면서 풀빌라라는 숙박시설이 최근 많은 인기를 얻었다. 펜션에도 수영장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럼 풀빌라라고 부르지 요즘엔 아무도 그걸 펜션이라 부르지 않을것이다. 용어에도 유행이 있기때문이다.
이렇듯 펜션은 독채로 예약하는 전원주택의 모습을 하면서 수영장이 없는 숙박시설을 말한다. 펜션이라는 용어가 언제 생겨났고 국내에서 어떻게 사용했는지 궁금해 챗GPT에서 찾아봤다. 그리고 내가 펜션이라는 단어가 어째서 어색하게 느껴지고 사용하길 꺼려지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정리하면 펜션은 과거 80년대 '민박'을 새롭게 대체했던 세련된 외국어였다. 그래서였을까. 펜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연령대가 대체로 높은 편이다. 여기서 세대차이가 발생하는데, 나는 처음부터 죽림주간을 펜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펜션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 이미지와 이 곳은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 건축스타일, 실내공간에서 느껴지는 인상, 부대시설과 제공되는 어매니티들, 사용자 이용패턴이 달라지면서 용어가 또다시 미묘하게 달라진 것이다. 예전에 민박에서 펜션으로 살짝 이동했듯 말이다.
실제로 펜션이라는 용어는 온라인에서 15년동안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죽림주간을 다녀간 사람들이 블로그에 후기를 남긴 모습을 관찰해보았다. 이 곳을 다녀가는 손님들의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편이지만 이렇게 블로그로 기록을 남기는 이들은 99%가 2,30대이다.
역시나 '숙소'라는 표현이 많다는 것을 알수있다. 그리고 펜션을 대체하는 용어 몇개가 눈에 띈다. 바로 '에어비앤비'와 '촌캉스', 그리고 '감성숙소'라는 표현이다. 에어비앤비는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에어비앤비'는 회사/브랜드 네이밍이라 고유명사이지만 약간 일반명사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을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촌캉스'와 '감성숙소'는 코로나 팬데믹때 등장한 신조어인데 어느덧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다.
'에어비앤비'와 '숙소'의 사용빈도를 나란히 비교를 해봤는데 굉장히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확실히 2015년 이후로 에어비앤비가 국내에서 자주 이용되면서 비도시권 여행숙소의 트렌드가 바뀌었다는걸 알 수 있다. 숙소라는 용어도 에어비앤비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기때문에 원래 있었던 단어지만 이전보다 더 활발히 사용되고 자연스럽게 느껴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양상이 변화하고 물길이 방향을 바꾸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것을 우리는 트렌드(유행)가 바꼈다고 하는데, '펜션'이라는 용어가 나에게는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바뀌는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을 찾고 또 다른 생소한 외국어를 수입해서 써야할까? 중요한 것은 수식어가 아니라 본질이다. 펜션이나 민박, 숙소가 주어(브랜드)를 설명하는 수식어라면 낯설거나 화려할 필요는 없다. '사전에 예약해서 하룻밤 머물다 가는 곳'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풀빌라나 펜션, 촌캉스나 민박 모두 똑같다. 그렇기때문에 수식어는 '숙소'정도로 표현하면 너무 과하지도 않고 시대가 바뀌면서 새로운 의미를 덧붙이거나 수정할 필요도 없이 딱 좋다. 우리는 그런 수식어 말고 제대로 만든 브랜드가 필요하다. 정말 잘 만든 브랜드는 수식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손님들이 "나 어제 죽림주간 다녀왔어"라고 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주말에 펜션 다녀왔어"라고 말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