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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는 것들

by 김정완

김영하는 2019년에 쓴 에세이 '여행의 이유'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든 여행은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게 무엇이었는지 알게된다"


좌절도 그렇다.

좌절을 겪는 그 당시에는 크나큰 아픔일 뿐이지만, 한참 지나고난 뒤 재해석해보면 그 당시의 고통은 지금의 고마운 은인이 되기도 한다. 긍정적인 해석 때문일까? 실제로 나는 그러한 일들이 많았다.


최근에 조선미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의 육아지도법에 대한 중앙일보 뉴스 <오은영과 달랐다…"애 좌절시켜라" 30년 전문가의 훈육>를 보고 불현듯 떠올랐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이는 사랑받는것도 중요하지만 좌절의 경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에 아내와 함께 서로 각자의 '좌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둘 다 동의하는 부분은, 그 당시의 좌절의 경험은 매우 힘들었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니 살아가는데 있어서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좌절 '덕분에' 이렇게 인생의 방향을 틀 수 있었거나 또는 인생의 단단한 맷집이 생길 수 있었다.


작년 2024년 여름, 나는 인도네시아 발리섬에 있는 우붓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정말 오랜만의 해외여행이기도 하면서 곧 결혼을 하게될 나의 예비신부와 떠나는 첫 장거리 여행이었다. 신혼여행 전야제같은 느낌이랄까.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와도 여행의 여운은 가시질않고 핸드폰과 카메라에 담긴 빛나는 사진들 덕분에 잠시나마 여운의 공기안에 머무른다. 우붓에서 요가하고, 요리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밥을 먹고, 트레킹을 하고, 야간 댄스공연을 보고, 무서웠던 길을 손 꼭 붙잡고 지나갔던 그런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자세한 기억들은 천천히 사라져가고, 전체적인 인상과 기분이 시간이 지날수록 발효되듯 천천히 나의 일부가 된다.


역시나 올해의 여름도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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