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들에게 필요한 대화방식
지식브런치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는데, 백과사전에나 나올법한 뻔한 지식을 알려주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않고 자기만의 생각이 나름 논리적으로 담겨있다. 스톡영상만을 사용하고 성우나 영상디자인이 조금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채널이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평평한 나라에 대한 콘텐츠는 꽤 흥미로웠다. 산이 많은 한국과 비교해서 산이 없는 나라들과 다른점을 지형적, 심리적, 문화적으로 풀어냈는데 설득력이 상당하다. AI는 확실한 지식만을 말할수있지만 이렇게 관점이 뚜렷하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전달해줄 수 있어서 좋다. 이 영상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산이 없는 나라에 산다는 건 어릴적부터 수평선을 보며 자란다는 뜻입니다. 그래서인지 평지 국가 사람들의 감정구조는 산악 국가와 다르게 형성됩니다. 한국처럼 산이 많은 나라에선 고립감, 내부 결속, 위아래의 위계같은 구조가 자주 나타납니다. 반면 네덜란드, 덴마크, 우크라이나같은 나라는 수평적 감각이 일상에 녹아있습니다. 물리적으로 탁 트인 공간에서 살다보니 사람들간의 관계는 평등하고 생활과 사고방식도 더 개방적입니다.
산이 많은 나라에선 평평한 땅이 부족하기 때문에 건물은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갑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조망의 가치는 도시 설계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반면 평지에서 도시는 옆으로 넓게 퍼집니다. 땅이 넉넉하고 고도 차가 거의 없다보니 굳이 건물을 높게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고보면 평지가 많은 나라에서는 우리처럼 '00뷰'라는 언어를 많이 사용하진 않을것같다. 우리가 이렇게 전망과 조망을 중요시하는건 어쩌면 평소에 탁트인 시야를 갖지 못해서다. 그런데 나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높낮이가 있는 지형에서 살아가는 것과 사람간의 위계질서를 세우는 문화가 과연 관련이 있을까하는 부분이다. 관련이 없다고 보긴 어렵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뭐 그런 정도의 관계 아닐까?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면 안된다.
최근에 나도 죽림주간의 논뷰에 관한 글을 쓰고 이를 영상으로 만들었다. 질문자도 없는데 스스로 대답하는 인터뷰 형식으로 만들었는데 처음으로 다뤘던 주제가 '수평적인 시야'였다. 도시에서 수직적인 환경에 둘러싸여 살다가 여기 시골에 오면 논밭이 만들어내는 수평적인 환경이 사람들에게 위로를 안겨준다는 내용이다.
비록 산이 많은나라에서 살아가는게 우리의 운명이지만 의식적으로 수직적인 대화를 거부할 수는 있다. 지식브런치 유튜브 내용처럼 지형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면, 한국사회가 이처럼 인간관계가 수직적이고 대화가 평평하지 못한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보다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싶다면 한국의 지형은 바꾸지 못하더라도 대화의 방식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대화는 정답이 없는 평평한 대화다.
정답이 없다? 그럼 자기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고 겸손한척 "~인것 같아요" 항상 이런식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지않다. 자기 의견은 분명하게 말하되 "나는 그렇게 생각해"라고 하는것이다. 여기서 "나는"이 중요하다. 자기 생각이 없고 남에게서 들은 말이나 있어보이는 지식으로 이야기를 채우는 사람은 매력이 없다. 반대로 모든것에 세상의 진리가 있는것마냥 도덕과 규범을 정답처럼 이야기하는것도 숨이 막힌다. 모든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되, 자기 생각을 담백하게 전달하고 상대방의 말을 묻고 기다리는것. 그것이 좋은 대화이자 늙었을 때 삶이 외로워지지 않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