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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수평관계보다 중요한 것

<지적자본론>을 읽고

by 김정완

나는 수평적인 세상을 꿈꾼다.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담백하게 부르고, 직급이나 나이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듣고 말하는 그런 가볍고 자유로운 세상이 실현되길 바란다.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그렇지 못하기때문에 더욱 그런 열망이 있다. 내가 원하는 방향성을 저해하고 있는 요소 중 하나가 존댓말이라고 생각하고 여러 사람들이 수평어를 사용하면 어느정도 균열을 만들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서로 반말을 쓰기만 하면
정말로 수평적인 세상이 될까요?


그런데 누군가 이렇게 질문한다고 생각해보면 의외로 나는 별로 자신이 없다. 실제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해봤을 때, 생각보다 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마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것처럼 분위기는 다소 어색했고 재미있는 부분도 있긴했지만 소통의 자유로운 경지에 닿을것이라 기대했던 나는 실망했다. 이런 시도라도 해봤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었고, 그 이후로는 다시 시도하지 않았다.


9788937432231.jpg 이미지출처 : 교보문고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이 병렬로 연결되어 각각의 힘을 모아 기능을 높여가는 클라우드적 발상에 근거한 조직이 휴먼스케일의 회사이다. 수직 관계의 멍에로부터 자유로워진 인간만이 그런 조직을 구성할 수 있다.

직렬형 관계 속에서는 '마주보는'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부하 직원은 상사를 보고, 상사는 부하 직원을 본다. 휴먼스케일의 조직은 다르다. 그곳에서는 사원들이 병렬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에, 모든 조직원이 상사와 부하의 관계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동료다. 동일한 위치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데, 그들이 바라보는 방향은 당연히 고객이다.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마스다 무네아키의 책은 이 것이 두번째이다. 이 사람은 비즈니스를 해나가는 데 있어서 기존의 방식을 따르지않고, 새롭게 바꾸고 비틀어 결국 혁신해낸다는 점에서 애플의 스티브잡스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 책에서는 수직과 수평적 관계와 함께 직렬과 병렬적 관계를 서술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수직과 수평, 직렬과 병렬은 비슷하면서도 확실히 다르다. 직렬방식은 위계와 순서가 있다는 점에서 수직적 관계와 통하고, 병렬방식은 각각 독립적이고 평등하다는 점에서 수평적 관계와 비슷하다. 하지만 어떤 곳은 서로 영어이름을 부르거나 직급을 없애 얼핏보면 수평적인 조직처럼 보일지몰라도 일하는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직렬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 또 어떤 곳은 수직적으로 직급이 나뉘어져 있고 위계가 있지만 업무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할수도 있다. 그동안 수직관계는 무조건 틀리고 수평관계가 옳다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자기분야에서 얼마나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가이다. 츠타야서점을 운영하는 회사(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처럼 기획이 중요하고 크리에이티브를 추구하는 작은집단이라면 더욱 그렇다.


11575.png 직렬방식과 병렬방식 | 이미지 출처 : opentutorials



그리고 이런 자율적이고 병렬관계로 이뤄진 조직을 만들기위해서는 구성원들에게 '자유'와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각자 독립적인 역할을 맡아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자유라면, 같은 자리에서 고객이라는 같은 지점을 바라보는 것이 사랑이다. 이 부분은 일터가 아니라 가족관계에 적용시켜볼 수 있다. 각자 독립된 인격체로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도 가족이라는 신뢰감을 공유하는 상태가 좋은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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