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깜빡, 꼭 효율적이지 않아도 괜찮은.

효율성을 추구하다, 더 놓쳐버렸던 기억들.

by 시현

나는 어릴 때부터 덜렁이었다.

놓치는 것도 많고, 실수도 많고.

또 완벽주의인척하는 성향은 있어서 남들이 보기엔 똑 부러지게 보이지만 실상은 허당 그 자체이다.

시간이 많을 때에는 실수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괜찮았는데

워킹맘이 되니 누구보다 효율성이 중요했다.

그래서 배우게 된 ‘노션’


노션에 업무 기록을 하면서 놓치는 것들이 줄었다.

그런데 이때에도 놓치는 것들이 꽤 많이 있었다.

노션에 빠르게 기록할 수 없는 때에는 노트에 기록해야 하는데

왠지 그렇게 기록하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노션이면 노션, 노트면 노트 하나의 라인에만 써야 이분화되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 그건 틀린 말이 아니다.

하나의 루트로 쓰는 것이 가장 일관되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효율성을 버리기로 했다.

컴퓨터에서 작업이 가능할 때는 노션에다가 기록해 두지만

웬만한 건 노트에다가도 적어둔다.

두 번, 세 번 기록이 될 때도 있다.

그럴 땐, 반복된 기록이 의미 없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나처럼 깜빡깜빡하는 게 잦은 사람은 오히려 반복해서 적더라도

여기저기 적어두는 편이 안 적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또, 여러 번 반복되니 잊어버리는 일도 전보다 줄었다.


온라인 기록이면 온라인 기록, 아날로그 기록이면 아날로그 기록

하나의 도구로 통일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을 버리고 나니

오히려 삶이 가벼워졌다.

워킹맘이 되고는 기록이 목적이 아니라, 놓치는 것 없이 챙기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두 번 세 번씩 오늘도 쓴다.

노션에 기록되지 않은 내용들은 다이어리에 쓰고,

다이어리에 쓴 내용을 노션에 기록하며 효율성 떨어지게 살고 있다.

그래도 덕분에, 오늘을 살아냈다.


작가의 이전글예쁜 기록에 집착하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