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으슬으슬한 저녁 공기에 몸을 따뜻이 해줄 핫초코를 데피며, 김창완 선생님의 라디오 클립(보이는 라디오 방송이었다)을 켰다. 클립은 하루 전에 올라왔지만, 왜인지 아껴듣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가족들도 집에 없고, 조금 있으면 비도 내리겠다, 지금이 딱 맞는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어 재생 버튼을 눌렀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창완 선생님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라디오가 시작되었다. 이 클립을 듣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게스트로 나온 '최유리'라는 뮤지션 때문이었다. 그녀는 2년 전부터 지금까지 내가 쭉 좋아하고 있는 뮤지션인데, 마침 창완 선생님의 라디오에 게스트로 출연한다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오랜만에 화면 없이 이 시간들을 즐기고 싶어, 핸드폰을 덮어둔 채 라디오를 청취하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이들의 대화에 더 집중이 잘 되는 듯했다. 창완 선생님의 따뜻하고도 유쾌한 문장들이 좋았고, 어린 두 아티스트의 귀여운 반응들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더군다나, 눈이 아닌 귀를 통해서만 방송을 즐기다 보니, 문장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는 내 모습도 꽤나 새로웠다. 앞으로는 이렇게 이따금씩 라디오를 즐겨 들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또 다른 게스트인 '빅나티'군은 이름만 알던 뮤지션이었는데, 세 사람이 나누는 대화의 결이 비슷해서 듣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결이 비슷한 사람들의 대화는 이렇듯 마음에 평온함을 전해주는구나. 잔잔하고 소소하게 오가는 이들의 대화에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걸 보니, 나도 꽤나 이들과 결이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 잔잔한 사람들과 나누는 자극적이지 않은 대화들이 참 좋다.
비가 내리는 내일은 그런 사람들과의 약속이 있는 날이다. 오랜만에 대학로를 거닐며 연극을 보고, 떡볶이를 먹고, 옛날 다방에 들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제법 재밌고 따뜻한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다른 분들도 그런 하루가 되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