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날. 언제나처럼 S와의 새벽 수다가 시작되었다. 새벽에 주로 깨어있는 나와, 날마다 취침시간이 달라지는 S의 활동시간이 겹칠 때면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다.
'아, 마늘 떡볶이 먹고 싶다.'
S가 대화의 물꼬를 트자, 우리의 갑작스러운 추억 여행도 시작되었다. S와 나는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는데 심지어 학원과 독서실까지 겹치는 곳이 많아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했다. 그런 우리가 매일같이 즐겨 먹은 소울푸드가 있었으니, 바로 떡볶이었다.
하교 후 만원 버스를 타고 학원가에 도착하면 각양각색의 떡볶이 집이 지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밀떡볶이부터 매콤한 국물 떡볶이, 옛날식 떡볶이 등 많은 맛집이 있었다. 우리는 매주 다양한 떡볶이 집을 순회했지만, 그중에서도 자주 방문하는 곳들이 있었다. 마늘 떡볶이 집도 그중 하나였다. 자잘한 마늘이 들어간 꾸덕한 국물이 특징이었는데, 고소한 마늘향이 일품이었다.
떡볶이 하면 떠오르는 다른 기억도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야자시간이었는데, 학교 근처에 살던 친구 중 하나가 집에 있는 엽x 떡볶이를 가져다준다고 연락이 왔다. 당시 우리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인 브랜드였던지라 모두가 야자를 하는 둥 마는 둥하며 그를 기다렸다.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드르륵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땀범벅이 된 채로 커다란 봉투를 들고 있는 친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맨 꼭대기 층까지 올라오느라 힘들었을 터인데, 그는 뿌듯하다는 듯 우리를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마치 미션을 클리어 한 영웅처럼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각자 풀던 문제집을 뒤로한 채 신나게 떡볶이를 먹을 수 있었다. 정확히는 흡입에 가까웠다. 문제는 가장 매운맛(초보맛, 중간맛 등 매운 단계를 선택할 수 있다)을 먹었다는 것인데, 덕분에 다음날 모든 아이들이 그 대가를 톡톡이 치러야만 했다.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로 달려가는 대부분이 그 전날 야자를 함께한 멤버였다.
내 기억이 다소 왜곡된 것일까 싶어 S에게 물었더니, 그녀도 정확히 같은 맥락으로 그날을 떠올리고 있었다. S는 당시 상황을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그래서 다음날 죄다 심판받았잖아.'
지금도 여전히 떡볶이를 좋아하지만 학생 때처럼 떡볶이를 주식으로 삼고 있지는 않다. 다만 그 시절을 함께하던 친구와 여전히 그때를 추억하며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