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운세를 보려고 사주풀이를 예약하다
지인 추천으로 사주풀이를 예약했다. 예전부터 사주, 타로, 손금, 관상 등 샤머니즘에 관심이 많아 항상 이런 것들이 궁금했다. "잘 봐주시는 분"이라는 말에 기대를 안고 상담을 예약했는데, 전화로 약 40분 동안 내 과거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전체적으로 내 사주는 좋은 편이었다. 인기도 많고 손재주도 뛰어나 곧 대운이 찾아올 테니, 지금은 조금만 기다리며 상황을 지켜보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상담 중 작년부터 올해까지 "답답한 기운"이 보인다고 했다. "그렇지 않냐"는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직장이었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에서 2년 가까이 일하다 다시 복귀했다. 회사에서의 일과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길이 여러모로 복잡하고 답답했던 게 사실이다. 복귀를 결심할 때 이미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알았기에, 다행히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후 연애운, 재물운, 가족운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지만, "답답함"이란 구덩이에 갇힌 듯 마음이 무거워 더 이상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 많이 답답하고 힘든 시기였지...)
사주를 본 그다음 주, 친한 친구가 한국에 놀러 왔다. 가이드 역할도 하고 평일에는 휴가와 출장이 겹쳐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 해를 정리할 겸 브런치에 로그인해 지난 기록들을 돌아보니 잊고 지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이직, 우울증, 연애...
작년부터 올해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남자친구와 다투고 헤어졌다가 다시 재결합하기까지. 새로운 회사의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의심하고, 자괴감에 빠져 결국 우울증을 앓으며 약물치료를 받기도 했다.
사주에서 말한 "답답함"은 내가 견뎌온 수많은 문제들의 집합이었다. 어릴 적부터 괴롭고 슬픈 기억은 빨리 잊으려 애썼던 내 습관 덕분(?)에 답답했던 지난날들조차 잊고 살았던 것 같다.
2년 전, 새로운 변화를 꿈꾸며 직장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내 선택에 대해 바뀐 미래도 책임져야 할 거라 알고 있었다. 편안한 직장을 내려놓고 미숙한 솜씨로 창작의 길을 시작하더라도 마냥 기대되고 설렜다. 하지만, 현실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다시 회사에 취직했고, 어쩌다 보니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다 다시 전 직장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운명론을 조금은 믿게 되었다. 그동안 만난 인연들, 사회생활 속에서 배운 노하우와 가르침 덕분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10대에는 성 정체성에 대한 방황과 고민을 견뎠고, 20대에는 직장인의 고충을 겪으며 청춘을 기록했으며, 30대에 들어서는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답답하고 힘든 시기는 언젠가 지나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쩌면, 지금 겪는 모든 것들이 삶에 감사하며 행복을 소중히 여기라는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