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곡자에게 프로와 아마추어를 나누는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여러 요소들이 있겠지만 저는 '디테일'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어찌 보면 가장 비밀스럽다는 이 바닥에서의 비밀 무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토메이션, 음역대별 사운드 레이어링, 필인 드럼의 타이밍 등 많은 디테일의 차이가 곡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음악을 자세히 듣다 보면 아주 살짝 깔려있는 앰비언트와 FX, 어딘가에서 들리는 퍼커션 소리 같은 작은 그것들이 큰 차이를 만들기도 하지요. 흔히 '노가다'라고 불리는 이 작업은 시간 싸움이 관건입니다. 작은 마우스로 그 섬세한 작업을 하려면 아무리 프로라고 해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요.
곡을 만들 때 어느 가수, 어떤 콘셉트와 장르 같은 대략적인 구상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곡이 완성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처음 정했던 전략과 총론에 알맞은 소스와 진행을 하고 있는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펑키한 곡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덥스텝 소스가 있으면 어색하겠지요. 물론 의도가 있다면 괜찮지만 처음 생각했던 방향과 동기화가 잘 되어야 편곡은 산으로 가지 않습니다. 작업한 곡을 쭉 들으면서 각 부분의 요소들이 자신의 처음 세웠던 전략과 총론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작업. 이것이 큰 그림에서 디테일의 차이입니다. "더 이상 덧붙일 게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게 없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라고 했던 스티브 잡스의 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서랍장을 만드는 목수는 서랍장 뒤쪽이 벽을 향한다고, 그래서 아무도 보지 못한다고 싸구려 합판을 사용하지 않아요. 목수 자신은 알기 때문에 벽을 향하는 뒤쪽에도 아름다운 나무를 써야 하지요, 밤에 잠을 제대로 자려면 아름다움과 품위를 끝까지 추구해야 합니다." 대중들과 클라이언트들은 들어도 모르는 부분까지 편곡자는 신경 써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베이스의 틱노이즈 제거, 오디오 소스의 미세한 페이드아웃 같은 것들은 작업자들에게 품위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번 글은 나에게 잔소리하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머리로 알고 있음에도 실천을 하지 못하는 내가 미워서죠... 마지막으로 우리 편곡자들에게 영감을 줄 격언 하나 소개하고 싶습니다. 공자는 <예기>에서 "言有物而行有格"라고 했는데, 말에는 실체가 있어야 하고 (내용이 있어야 하고) 행동에는 격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말에는 실체가 있기 때문에 맹목적 발언을 삼가야 하고 그 말을 통해 군자는 행동하는 데 있어서도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kimwooseong.h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