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취향] 네번째 이야기
나는 음식 취향이 까다롭다. 아마도 그건 예민한 성격이랑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정신과에서 검사와 진료를 받던 시절에, 내가 유난히 감각적으로 예민한 부분이 있고 그런 예민함 때문에 입맛이 까탈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을지도 모른다고 의사가 말했다. 맞는 말이다. 나는 이상하게 남들은 눈치 못 채는, 음식의 맛없는 부분이 느껴질 때가 있다. 보통 내가 가장 입맛에 거슬려 하는 것은 고기 냄새다. 흔히들 ‘잡내’라고 하는 고기 냄새. 나는 잡내에 정말 예민해서 고기 요리가 조금만 잘못돼도 먹고 나면 속이 안 좋아진다. 이렇게 고기 냄새에 예민해서 한때 일부러 대체육을 먹고는 했다. 이제 그냥 이것저것 따져가며 뭔가를 사서 먹는 것도 귀찮아서 어느 정도의 고기 잡내는 그냥 참고 먹지만, 그러한 이유로 삶거나 끓인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돼지국밥 같은 것도 내가 나서서 사먹지 않는다. 심지어 만두나 햄에서도 고기 잡내를 느낄 때가 있어서 참 귀찮은 입맛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과 어울릴 때 당연히 나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므로, 이런 입맛을 굳이 티내진 않는다. 예를 들어 나는 내장류를 전혀 못 먹는다. 어떤 동물의 내장이든 그렇다. 곱창, 대창 등은 다 못 먹고, 알탕도 못 먹는다. 날치알 정도는 다행히 먹지만 많이 올려져 있으면 거부감을 느낀다. 그래도 주변에 곱창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한번 모임 식사로 곱창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거기서 나는 계란찜과 공기밥을 먹었다. 주변에서 “그래도 한번 먹어보고 입에 맞는지 확인해보라”고 권유했지만 나는 계란찜을 먹는 게 더 행복하고 좋았다. 당연히 모임에서 한 사람이 메인 메뉴를 안 먹고 있으면 신경 쓰이겠지만, 내가 참고 가겠다고 한 이상 그냥 나를 둬도 괜찮았다. 정말 먹을 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면 몰라도 사이드 메뉴가 있었으니까 뭐. 다 같이 먹으러 갈 음식을 정할 때, 나에게 상의하는 상황이면 “족발, 닭발, 곱창 이 세 가지만 제외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저 세 가지는 정말 잘 못 먹기 때문에, 그래도 내 의견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다.
내 입맛이 이렇게 예민한 건 엄마에게 물려받은 점인데, 엄마는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맨날 같은 것만 먹었다. 다른 새로운 걸 먹었다가 입맛을 버리는 게 너무 싫다고 했다. 특히 엄마는 고기 잡내에 정말 예민해서, 고기를 먹었다가 몇날며칠 배앓이 하는 일까지 몇 번 생긴 이후로 고기도 잘 먹지 않는다. 나도 남들과 밥 먹을 일이 많지 않다면 그런 생활에 익숙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적당히 나의 예민함을 다듬어 가며 사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입맛이 까다로운 게 티가 나면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많을지도 모른다. 괜히 남들을 신경 쓰이게 하는 일이니, 뭐든지 무난하게 넘어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나빠 보일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하는 생각은 ‘남을 신경 쓰이게 하는 게 싫으면, 내가 뭘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안 물어보면 될 거 아냐’이다.
반대로 내가 편식을 하는 게 느껴져도 일일이 내 입맛에 신경을 써 주는 좋은 사람들도 많다. 내가 잘 못 먹는 음식이어도 같이 먹어줄 수는 있는데, 그래도 너도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며 이것저것 맞춰주는 따뜻한 사람들, 그 사람들과 있으면 못 먹는 게 많은 나도 어디 가서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서 조금 행복해진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랑 앞으로도 맛있는 걸 많이 많이 먹어야겠다고 결심한다. 나에게도 세상엔 맛있는 게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