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워크숍에 어린 시절 사진을 내야 해서 몇 년 만에 가족사진을 찾아봤다. 지금 내 나이보다 어린 엄마와 아빠, 얼마 전에 둘째 백일상을 치른 얼빵한 동생. 올망졸망 네 식구가 앉아있는 풍경이 낯설고 귀엽다.
아빠는 6년을 같이 살고 30년 넘게 없이 산 탓에 처음부터 없었던 존재처럼 여겨지곤 하는데, 오랜만에 찬찬히 들여다본 아빠의 얼굴에서 내 얼굴이 보여 놀랐다. 닮은 얼굴을 보니 잊고 있던 애틋한 마음이 올라와 놀랐다. 아빠에게 주어진 인생이 고작 35년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고 새삼 놀랐다.
몇 년 전 아빠의 나이를 지날 즈음, 내 인생이 아빠의 인생보다 길어진다는 것이 무척 생경했다. 내 생명과 아빠의 생명은 별개의 사건인데도, 나는 나에게 주어진 명줄도 아빠와 비슷하지 않을지 내심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 같다. 부모란 아이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게 마련인 걸까. 아빠의 나이를 지나면서 ‘무사히’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무사히 아빠의 나이를 지나왔다. 동생도 무사히 아빠의 나이를 지나, 다시 네 식구가 올망졸망 앉아있는 가족사진을 만들어간다. 어쩌면 덤처럼 주어진 올망졸망한 인생. 지금 여기의 올망졸망한 행복. 빛바랜 가족사진에 닮은 얼굴들이 앉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