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후회인 인생

내 키는 169.9

by 박지선


매일이 후회인 인생

살다보면 후회되는 일이 어디 한두가지인가?

오늘도 늦은 저녁 배부르게 먹고 배를 두드리며 쉬고 있는데 아이들이 "엄마 배 좀 봐!" 라며 놀린다.

순간 저녁을 굶든지 조금만 먹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요며칠 등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좀 아파서 병원을 가야하나? 고민하면 남편은 딱 한마디만 한다

"살 빼"

그렇다 요즘 나는 점점 살이 더 쪄간다. 어쩌면 만삭이었을때보다 몸무게가 더 나갈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키가 크다고 놀라면서 키가 몇이냐고 묻는다. 나는 쑥스럽게 웃으면서 "나의 키는 169.9야" 그럼 모두 "170이네"라고 한다 그렇다. 나는 키가 크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내가 뚱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편만 나를 "장군이네 장군"하며 놀린다.

어려서부터 언니들에게 뚱뚱하다고 살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 키의 적정 체중은 62키로다. 그런데 늘 그 이상을 상회했고, 맞는 옷도 없어 편한옷, 큰옷만 찾아입다보니 특별히 패션에도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가까운 언니들은 늘 살빼라는 잔소리는 나를 다이어트의 지옥으로 내몬다. 매일 하루에도 몇번씩 다이어트하자 결심했다가 식사 시간이 되면 '한번뿐인 인생 뭐 별거있나? 좋아하고 맛난거 먹고 신나게 사는 게 인생이지 뭐~' 합리화시키며 밥을 먹는다. 밥을 다 먹고 바로 후회감이 밀려오지만 어쩌겠나 이미 먹은 걸. 어쩔수 없으니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다.

역시 다이어트란 것은 작심삼일이 작심삼분으로 늘 끝나는 맛에 결심하고 실패하고를 반복시키는 것 같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지인들과 다이어트를 하자고 의기투합 했었다. 매일 체중, 식단을 공유하며 6개월을 함께했다. 그때 신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끼리 상금을 걸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해도 동기가 있어야 더 열심을 내는 현금 앞에 약한 아줌마 셋은 혈투를 벌이듯 다이어트를 했다

처음 다이어트 한다는 소리에 남편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10키로 빼고 일년 유지하면 백만원을 준다고 약속했다. 남편은 내가 절대 못할거라고 확신했기에 자신만만하게 돈을 걸었다.

그런데 난 해냈다. 10키로 이상을 뺐고, 몇달 유지를 했다

동네에 난리가 났다. 어떻게 살뺐냐? 사람이 달라보인다는 등, 무엇보다 허리통증도 많이 사라졌다.

나도 자신감 뿜뿜 차올라 완전 날아다녔다.

그러면서 20년전 동생과 다이어트 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어릴 때라 한약도 먹고, 식단조절도 하고 무엇보다 새벽 4시부터 옆 학교 운동장을 두어시간씩 걷고 뛰고 하며 살을 뺐던 적이 있다. 마침 아빠가 가족사진 찍자고 해서 당당하게 찍었다. 그 때 살 뺀 내가 나도 좋았는지 가족사진촬영이 다 끝나고 프로필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 그 때 사진을 보면 내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네 싶은 마음에 아련해진다.

출산하고 혼자 쌍둥이를 키우면서 살이 쭉쭉 빠졌었다. 힘들고 피곤했지만 내심 이대로 살 좀 빠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아이들 6개월쯤부터 시어머니가 편찮으셔서 함께 살게 되었고 다시 살이 찌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충 뚱뚱, 또는 통통하게 살다가 지인들과의 의기투합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너무 즐겁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함께하니 동기유발도 되고 살빠지는 재미가 쏠쏠해서 힘든줄도 모르고 즐겼다.

하지만 다이어트에서 가장 조심해야하는 것은 요요다.

한참 유지해야하는 시점에 코로나가 시작되고 집콕 생활이 시작되면서 나의 일상이 망가졌다.

24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먹고, 스트레스 받아서 먹고, 운동 못해 짜증나서 먹고••••

그때는 아이들이 초등 저학년이라 아이들만 놔두고 산책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집에서 아이들과 투닥거리며 쌓이는 스트레스를 계속 먹는 것으로 풀었다. 조금씩 살이 붙는걸 알았지만 절제가 안되는 나한테 화가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에 나의 몸은 다이어트 이전보다 더 불어있었다.

너무 화나고 짜증나서 점점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되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도 좋은 소리 못하며 관계도 나빠졌다 숨 쉴 공간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나 아이들에게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는데 지혜롭지 못하게 보냈다는 생각에 후회가 많다. 몸은 살이 붙어 여기저기 아파지고, 아이들과는 삐그덕 거리는 관계가 되었다. 내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한것이 나나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조금만 참을걸. 참지 못한 식욕, 참지 못한 짜증, 파도같은 감정기복에 지쳐 화만 가득했던 그 시기가 가장 후회된다.

다이어트, 다시 도전해볼까? 생각하는데 배에서는 꼬르륵 꼬르륵 난리가 난다. 아침 한 번 안먹었더니 뱃속이 요동친다. 안되겠다. 먹어야겠다.

이제는 배고프면 짜증이 난다. 짜증이 나면 아이들에게 잔소리 총알이 마구 발사된다.

다이어트는 평생의 과업으로 모시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서 내 마음에 평화를 주고, 잔소리 총알을 소멸시키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음식을 먹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많이 먹는 것이 문제고 먹고 나면 후회하는 내가 답답하지만 먹으면서 후회하는 나와는 헤어지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함께 할 것 같다.

나는 먹을 때 행복하기 때문이다. 행복하면 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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