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에 들어선 아줌마
길고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났다
내일부터 다시 일상으로 복귀다
명절을 앞두고 지저분하게 자란 머리카락을 자르고 하얗게 샌 머리에 염색을 하려고 미용실에 갔다
7년 넘는 단골 미용실이라 헤어스타일을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당연하게 "커트와 염색이요." 하면 알아서 해준다
굳이 까탈스럽지 않은 내 성격 덕분에 그냥 단정한 것으로 만족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표현하지 않았다. 명절 때 만난 동생이 미용실 바꾸라며 내 헤어스타일에 대해 마구 화를 냈다 초보에게 잘랐냐며.
누군가 문제를 꺼내면 그때서야 불편했던 내 마음을 다시 돌아본다. 어쨌든 내 머리이고 이미 잘라진 머리카락은 시간이 지나야 다시 자랄 테니 굳이 화를 낼 필요는 없는데, 동생은 머리모양 때문에 이상해 보인다며 속상해한다. 나보다 더 속상해하는 동생이 고맙기도 하다. 자매의 정일까? 머리가 좀 길어지면 그때 다른 곳에서 잘라봐야겠다.
머리카락을 자를 때마다 생각나는 일이 있다
코로나가 한참 창궐하던 시절(벌써 옛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집 안에만 갇혀있던 아이들이 답답해해서 비가 내려도 놀이터로 나가봤다
그때 있었던 에피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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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2020.07.24 금요일)
하하! 웃음만 난다.
오늘 놀이터에서 처음 본 아이가 나를 ‘아저씨’라 부르고 도움을 요청했다. 우산이 망가져서 접히지 않는다고 도와달란다. 우산을 받아 들며 소심하게 "나 아저씨 아니야, 아줌마야. 그리고 우산살이 부러졌네. "라고 말하며 우산을 잘 말아서 똑딱이 단추를 채웠다. 아이는 우산을 받으며 고맙다고 하며 갈 길을 가버렸다.
그네를 타며 그 상황을 지켜본 우리 딸은 "엄마, 엄마한테 아저씨래? 그러니까 머리 좀 길러."
하하! 다시 웃음만 난다.
머리가 짧고, 키 좀 크고, 덩치가 좀 있다고 다 아저씨냐? 오늘은 유난히 그 아저씨라는 말에 마음이 씁쓸하다.
마스크로 얼굴을 반 이상 가렸으니 꼬마 아이가 착각할 수 있지 하며 내 마음을 다독이며 위로해 보지만 썩 효과는 없다.
사실 남자로 오해?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눈빛을 받은 게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끔 여행지에서 화장실에 들어가면 나를 보고 화들짝 놀라거나, 들어오다가 멈칫하며 다시 나가 표식을 확인하고 오는 분도 있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작년에 여행 갔던 곳에서는 편의점에서 한 아주머니가 내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며 여자야 남자야? 해서 마음이 몹시 상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그러려니 하며 살고 있다.
애들 6살 무렵 머리를 좀 짧게, 내가 생각해도 정말 짧은 커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애들 친구가 자기 엄마에게 "예주, 혜주 엄마는 아빠야?"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는 그 아이의 말이 너무 귀여워 지금도 가끔 에피소드랍시고 이야기하고 있을 정도로 재밌게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이지 기분이 별로다.
나도 나이를 먹었나? 하는 생각이 들며, 동네 꼬마가 별생각 없이 부른 ‘아저씨’라는 한마디에 마음이 심란하다.
아마도 요즘 내가 다이어트도 하고, 꾸미지는 않아도 그렇게 남자처럼 보이지도 않을 텐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훅 들어온 그 한마디에 집착 아닌 집착이 생긴 것 같다.
코로나19로 집에 콕 생활이 이어지고, 아이들과의 생활로 많이 지쳐있는 상태에 아무것도 아닌 단어 하나에 마음이 롤러코스터 탄 양 오르락내리락한다.
예전의 나라면 웃으면서 이해하고 웃고 끝날 이야기가 그냥 밤새 잠 못 이룰 정도로 머릿속을 헤집고 있다.
그냥 내가 나이를 먹었나 보다 싶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마음이 울컥, 눈물이 주룩, 참 주책이다 싶을 만큼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이다.
나 스스로에게 미션을 줘야겠다. 내 마음이 왜 그런지 찾아보라고.
별거 아닌 말에 욱하는 것도, 그냥 화를 내는 것도, 의욕도 없는 것도.
그냥 나이 먹은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아저씨’가 아닌 ‘아줌마’인 겉모습과 진짜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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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때보다 조금은 나를 들여다보며 살고 있다.
코로나팬데믹보다 더 무서운
아이들의 사춘기와 나를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는
갱년기라는 위기가 찾아왔다.
코로나 팬데믹도 이겨냈는데
사춘기와 갱년기를 이겨내지 못할까!
오늘도 나는 아줌마의 열정으로 내게 불어오는 위기의 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파이팅을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