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시간이흐르지 않는누군가도 있다.
엊그제부터인가 , 아침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다. 입추는 몇 주 전 이미 지나왔지만 내가 느끼는 가을은 이제부터 시작인 듯하다. 안과 밖으로 타오르던 여름은 저물지 않을 것만 같더니 이내 저물어간다.
이따금씩 시간이 흐르는 게 야속하게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아마 하지 못한 말들, 하지 못한 일들, 인연을 맺지 못한 무언가 들 때문이겠지.
야속하기만 하면 다행인 게 시간이다. 야속한 것은 느끼는 것.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며 내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기에 그마저도 야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속해도 아쉬워도 어쩌겠나.
우리는 보냄으로써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보낼 수 있을 만큼 강한 나 자신을 순간만큼은 자랑스러워해야 할 터이다. 가을을 몸소 느끼는 내 자신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흐르는 시간이 목마르다'
엄마가 마지막에 내게 했던 말 중 하나였다. 그땐 이해하지 못했지만, 두고두고 아픈 말 중 하나로 남았다.
흐르는 시간이 목마르다니 ? 그녀의 시간은 아마 흐르지 않았던 것 같다.
고통받는 사람의 시간은 멈춰있다는 글을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었다. 육체적인 고통이건 정신적인 고통이건 고통은 고통이다. 그 글을 읽고 나니, 엄마의 고통에 한발 더 가까워져 그녀를 이해해보기도 했다.
사람들은 같은 세상 속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착각하곤 한다. 물론 이론상으론 이 지구 상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시간 속에 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끔은 다른 사람의 시간 속에서 같이 발맞춰 걸어줄 수도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엄마의 시간에 같이 흘러주고 싶은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는 게 너무나 아쉽다. 그래도 나의 시간 속에서 엄마는 항상 함께 흘렀으면 좋겠다. 내 시간이 멈추지 않게 노력해야겠다. 과거는 과거대로 흘려보내고, 새로운 미래를 받아들이고 현재를 열심히 살아내는 것. 건강하게 행복하게 순간을 집중하여 사는 것이 내가 해야 할 노력이고 당신이 해야 할 노력이다. 어디엔가 주춤하며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 용기 내서 시간과 함께 흐르길 바라본다. 여름을 보내고 새로운 가을을 맞이할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