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chidea Sep 11. 2021

난아, 그리 슬픈 일만은 아니야

일곱 번째. 당신은 내게 행운이었어요.


지금도 엄마의 장례를 치렀던 장례식장 앞을 지나갈 때면 모든 시간이 멈춘 듯이 느껴지곤 한다. 기억하기조차 힘든 그날의 기억을 빗장 걸어놓듯 꼭 닫아두었지만 요새 들어서는 슬쩍씩 그 문을 열어보곤 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고통스러웠던 장례식에서도 나는 기분좋은 웃음을 지었던 순간이 있었다.


입관 때 우리를 앞에 두고도 무심하게 누워있던 엄마.

나는 정말,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의 큰 아픔을 느꼈다.

나의 몸은 현실을 거부하고 싶은 듯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고 입에선 비명이 저절로 나왔다. 아예 미쳐버리는 게 더 편할 것 같아 정신을 그냥 놓아버리고 싶기도 했던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반쯤 정신을 놓았고, 그 사이에 찾아와 준 친구들과 함께 장례식장 외부 벤치에서 바람을 쐬고 있었을 때였다. 주변을 돌고 오신 외삼촌께서 멀리서 날 부르며 걸어오셨다.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나 삼촌에게 다가가 보니, 삼촌이 등 뒤에 뭔가를 숨기고 계시다가 짠! 하고 주셨던 것은 다름 아닌 네잎클로버였다.

네잎클로버를 본 순간 나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엄마였다.

내가 너무 많이 울고 있으니 엄마가 나를 위로해주려고 준 것 같았다. 그때 정말 신기하게도 내 안에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아, 그리 슬픈 일만은 아니야’

마음속으로 들려왔던 엄마의 목소리는 이렇게 말하는듯했다. 웃음이 나왔다.

엄마가 아직 옆에 있는 것 같아서.. 엄마가 나를 위로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엄마가 나를 버린 게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은 진심이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게 다행이어서 웃음이 났다.

옆에 있던 친구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야 이러려고 내가 오늘 이걸 샀나 보다 하며 , 가방에서 어린 왕자 책 한 권을 꺼내 내게 주었다. 나는 그 안에 네잎클로버를 잘 펼쳐 끼워 장례식내내 잘 보관할 수 있었다.


우연이라면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엄마와 나도 이번 생에 우연히 만났었으니 어쨌거나 내겐 아무 상관이 없다.

중요한 건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였냐 하는 것이니까.


그리 슬픈 일만은 아니라고 하던 엄마의 말을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몇 번이고 곱씹어 생각해보았다. 엄마가 나를 위로하려고 한 말 같기도 하고 엄마가 이제 고통에서 벗어나 평안을 찾았다는 말인 건가 싶기도 했다.

여튼 내 기억 속 엄마는 순수한 소녀마냥 어디 공원이나 산책로만 갔다하면 쪼그려 앉아 네잎클로버를 찾곤 했기 때문에 , 나는 그녀가 전하는 말의 온기를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라는데, 이제는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다. 엄마를 만났던 게 내 인생의 행운이었다고.

 상처를 주고 갔지만..그래서  때때로  그대를 미워하겠지만 그럼에도  엄말 이해하고 안녕을 두고두고 평생을 빌어주겠다고 




엄마가 준 마지막 선물, 네잎클로바



매거진의 이전글 흐르는 시간이 목마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