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당신은 내게 행운이었어요.
지금도 엄마의 장례를 치렀던 장례식장 앞을 지나갈 때면 모든 시간이 멈춘 듯이 느껴지곤 한다. 기억하기조차 힘든 그날의 기억을 빗장 걸어놓듯 꼭 닫아두었지만 요새 들어서는 슬쩍씩 그 문을 열어보곤 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고통스러웠던 장례식에서도 나는 기분좋은 웃음을 지었던 순간이 있었다.
입관 때 우리를 앞에 두고도 무심하게 누워있던 엄마.
나는 정말,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의 큰 아픔을 느꼈다.
나의 몸은 현실을 거부하고 싶은 듯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고 입에선 비명이 저절로 나왔다. 아예 미쳐버리는 게 더 편할 것 같아 정신을 그냥 놓아버리고 싶기도 했던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반쯤 정신을 놓았고, 그 사이에 찾아와 준 친구들과 함께 장례식장 외부 벤치에서 바람을 쐬고 있었을 때였다. 주변을 돌고 오신 외삼촌께서 멀리서 날 부르며 걸어오셨다.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나 삼촌에게 다가가 보니, 삼촌이 등 뒤에 뭔가를 숨기고 계시다가 짠! 하고 주셨던 것은 다름 아닌 네잎클로버였다.
네잎클로버를 본 순간 나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엄마였다.
내가 너무 많이 울고 있으니 엄마가 나를 위로해주려고 준 것 같았다. 그때 정말 신기하게도 내 안에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아, 그리 슬픈 일만은 아니야’
마음속으로 들려왔던 엄마의 목소리는 이렇게 말하는듯했다. 웃음이 나왔다.
엄마가 아직 옆에 있는 것 같아서.. 엄마가 나를 위로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엄마가 나를 버린 게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은 진심이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게 다행이어서 웃음이 났다.
옆에 있던 친구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야 이러려고 내가 오늘 이걸 샀나 보다 하며 , 가방에서 어린 왕자 책 한 권을 꺼내 내게 주었다. 나는 그 안에 네잎클로버를 잘 펼쳐 끼워 장례식내내 잘 보관할 수 있었다.
우연이라면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엄마와 나도 이번 생에 우연히 만났었으니 어쨌거나 내겐 아무 상관이 없다.
중요한 건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였냐 하는 것이니까.
그리 슬픈 일만은 아니라고 하던 엄마의 말을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몇 번이고 곱씹어 생각해보았다. 엄마가 나를 위로하려고 한 말 같기도 하고 엄마가 이제 고통에서 벗어나 평안을 찾았다는 말인 건가 싶기도 했다.
여튼 내 기억 속 엄마는 순수한 소녀마냥 어디 공원이나 산책로만 갔다하면 쪼그려 앉아 네잎클로버를 찾곤 했기 때문에 , 나는 그녀가 전하는 말의 온기를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라는데, 이제는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다. 엄마를 만났던 게 내 인생의 행운이었다고.
큰 상처를 주고 갔지만..그래서 난 때때로 또 그대를 미워하겠지만 그럼에도 엄말 이해하고 안녕을 두고두고 평생을 빌어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