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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chidea Sep 25. 2021

후회의 바다

여덟 번째.과거에 얽매이면안 된다는것을 알면서도


엄마가 죽기 1년 전부터인가, 엄마는 이따금씩 본인의 물건들을 나에게 나눠주셨다. 

혼자 사는 둘쨋딸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건가 싶기도 하다.

엊그제 엄마가 주고 간 태블릿을 켜보았다. 장례식 이후로 엄마의 물건을 쉽게 다가가기에도 두려운 감정을 느꼈던 나로썬, 큰 용기였다. 태블릿을 뒤적거리다가 엄마가 좋아하던 맞고나 캔디 크러쉬 같은 게임들을 보니 게임을 하던 엄마 모습이 생각나 조금은 웃음도 났다.




그러다 노트를 켜보았는데, 그 안의 엄마의 글 몇 개를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엄마가 작년 2월 25일 새벽에 적어 둔 글이였다.  엄마는 몸이 아팠다.. 갱년기가 지독하게 온 탓에 안아픈 곳이 없다고 했었다. 엄마가 가끔 내게 아프다고 했던 모든 말들과 순간들이 다시 떠오른다.

내가 엄마의 아픔을 알고있었다는 것을.. 그것만 생각하면 나 자신에게 어떤 혐오감이 느껴진다.

엄마의 아픔을 알고 있었는데, 엄마를 돌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나를 힘들게 한다 .

그 모든 게 나의 전적인 책임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와 나를 저 아래의 그 아래까지 깊숙이 떨어뜨리는 느낌을 받는다.


올해 초였나 집에서 뒹굴거리며 한 엄마와의 통화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물은 물음하나가 생각난다.

내가 더 나이가 들어 지금의 내 나이에 못했던 무언가를 후회할까? 하는 생각에 물어봤던 질문이었다.

"엄마. 엄마는 내 나이의 엄마한테 말해줄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어?"

"운동하라고."

"그럼 지금 나한테 말해주고 싶은 건?"

"밥을 잘 챙겨 먹었으면 좋겠어"

엄마는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셨던 것 같다. 나의 그 질문이 엄마를 더 후회스럽게 만들었을까? 어떤 그런 우울함을 끄집어 내는데 일조한 건 아니었을까 하는 지금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생각들이 떠오른다. 진짜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생각이다. 

그치만 난 엄마한테 미안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밥도 잘 챙겨먹는 중이다. 

다 흘려서 더 이상 안나올 것 같은 눈물이 이 글을 적으면서 또다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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