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chidea Jan 16. 2022

얕볼 수 없는 상처의 깊이

지난 5월 엄마의 죽음 이후로, 나는 한동안 그 슬픔에서 헤어 나오려 아등바등 노력했다.

여름은 엄마를 보낸 슬픔과 동시에 내 일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시간들로 채워지나 갔고, 모두 다 이겨내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그런 것처럼 느껴져 한동안 엄마 생각을 해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10월 말 내 생일이 있었는데, 그날 난 그동안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너무 쉽게 무너져버렸다.

 아무도 모르게 많이, 정말 많이 울었다. 그래도 또 괜찮아졌다.


지금 나는 날이 추워져서 감기에 걸렸고, 감기가 심해진 게 마음에도 영향을 준건지 마음이 다시 아파오는 듯하다. 마음이 아플 때일수록 생각을 아주 잘. 잘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마음과 생각은 다른 영역이어서 어떤 생각이건 마음이 아플 때면, 그냥 나 좀 그냥 아프게 내버려 두고 싶은 것이다. 

이건 정말 병이다.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래도 전보다 좋아진 게 있다면, 언니와 함께 엄마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는 것이다.

언니는 엄마 장례 이후 엄마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피했었다. 그런 언니가 31일 납골당에 엄마를 보러 간다는 나에게 편지 하나를 써서 보내왔다. 엄마에게 전해주라고 했다. 엄마는 늘 나와 함께 있을 것 같다며.


살아있을 때, 서로 더 솔직하게 마음을 나눴다면 더 빨리 말했다면.

그런 생각에 못내 아쉬워 흐르는 눈물을 또다시 훔첬다.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옆에 있는 가족에게 더 많이 표현하고 솔직해져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안고가야 할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