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조고각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chidea Jun 06. 2022

외로움은 홀로 있어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반려식물과 함께 산다는 것

엊그제 동갑내기 친구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반려동물 이야기가 나왔다. 우린 모두가 혼자 사는 소위 말하는 자취러들이였는데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일하는 친구들이다 보니 적적함에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듯하다.


나 또한 혼자 살고있지만, 혼자 살지 않는다. 우리 집에는 세 개의 화분이 있다. 정확히는 식구가 셋이 더 있다. 예전 삼남매가 함께 모여 살 때 아빠가 사준 테이블 야자, 그리고 엄마가 준 식물이 둘 있는데 이 식물은 이름이 길고 생소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각각 푸르미,맥주,뉴리라는 이름이 주어져 불리고 있는 나의 '반려식물'들이다.


식물이 강아지처럼 불러도 오지 않고 놀아달라고 하지도 못하기에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줄수 없다고 느낄지 모르겠다. 물론 나도 처음 이 식물들을 키울 때 흙이 마를 때쯤 물이나 줘야지 하고 생각한 게 전부였으나, 벌써 몇 년째 함께 지내다 보니 이 친구들과도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면 물을 줄 때, 식물이 물을 줘하고 말하지는 못하나 슬쩍보고 잎이 말라있으면 내가 그것을 보고 물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온몸의 기지개를 활짝 켜며 살아나 방끗 웃어주는 표정이 싱그로이 느껴진다. 선반 위에 올려둔 맥주와 뉴리가 창문 쪽으로 잎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보고 너희는 햇빛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창가에 내어두고, 또 너무 강한 햇볕이 들 땐 풀이 죽는 것을 보고 이런 날엔 선반 위에 올려두는 게 낫구나 하고 선반 위에 다시 놓아주는 것. 

내가 언제 누군가에게 이토록 마음을 써보았는가 상기하게 되는 때가 바로 이때이다.


우리는 식물을 키운다고 말하지만, 나는 오히려 식물이 나와 함께 살아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친구들도 자연에서 저마다의 자리가 있고, 그곳에선  나와 함께  작은  작은 화분 속에 사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지낼  있지 않았을까.


그나마 올해는 셋 모두가  활짝 예쁜 꽃을 피어주었는데, 그게 그렇게도 다행스럽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외로움은 홀로 있어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 아닌 다른 대상에 온전히 쏟을 수 있는 그 마음의 부재의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비가 내리는 오늘, 비를 맞지 못하는 화분들에 물을 주니 흙속으로 스며들며 나는 소리가 유독 정답게 느껴진 아침이었다.


 

푸르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