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06
노숙인 등(거리, 시설 노숙인과 경계에 있는 분들)을 위한 복지 정책의 꽃은 "자활지원"입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생산적 활동" 방법을 찾아 주는 것입니다. 직업훈련, 구직활동을 지원합니다. 쉽게 말해 돈 버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저는 돈 버는 방법만큼이나 돈 쓰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대상자 분들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를 모릅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노숙인 등의 경우 정상적인 가정을 경험하지 못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소비 교육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힘들게 돈을 벌어서 쉽게 써 버립니다.
저희 기관에서 관리하는 분만 하더라도, 하루 종일 힘들게 건설현장 일용직을 하고 와서 하룻저녁에 돈을 다 써버립니다. 안 되겠다 싶어서 돈 쓰는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들처럼 용돈기입장을 쓰게 하고, 적립용 통장을 따로 만들어서 본인 동의하에 기관에서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물가를 알려주고, 물건 사는 방법을 알려주고, 영수증을 모으게 했습니다. 공과금을 종류대로 알려주고 고정지출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래도 이해를 못하는 분들, 버는 돈이 적어서 돈을 못 모은다는 분에게는 더 쉽게 설명을 했습니다
"10만원 벌어서 6만원 쓰면 얼마 남죠? 4만원이 남습니다. 그런데 8만원 벌어서 3만원 쓰면 얼마 남죠? 5만원이 남습니다.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덜 쓰면 더 많이 돈을 모을 수가 있습니다. 그럼 저와 같이 지금 돈을 어떻게 쓰고 계신지 점검해 볼까요?"
너무나 쉬운 이치이지만, 버는 돈만 보고, 쓰는 돈은 보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돈 버는 방법보다 돈 쓰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수년간 저희 기관에서 케어한 한 분이 다음 주에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오늘 그동안 모은 적립금을 알려주니, 깜짝 놀랍니다. 예상보다 많이 모였다는 겁니다.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물론 이 타이밍에서 또 잔소리를 합니다. "이거는 고향에 도착하신 후에, 단계에 걸쳐서 통장으로 드릴 거고, 가서 이 돈을 어떻게 쓰실지 계속 논의하셔야 합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은 후원금이 주 수입원인데, 후원 모금 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후원금 바르게 쓰기"입니다. 소중한 후원금을 10원이라도 바르게 쓰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어떻게 하면 소비되는 지출을 줄일까 늘 연구합니다. 그러다 보니, 후원금은 그대로인데 지출되는 돈을 줄여서 사업비로 쓰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녀들에게도 돈 버는 방법보다, 돈 쓰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돈 많이 벌어서 부자 되는 것보다, 주어진 돈을 바르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계속 알려줍니다. (아 물론 자식 넷이 다 부자가 되면 참 좋긴 하겠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