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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다이어터 Aug 02. 2021

입양 2주년기념 고민, 입양과 유전자

입양 006

저희 기관에서(사실상 제가 거의 관리) 수년째 케어하는 부녀 가정이 있습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이는 4살 때 보육원에 맡겨졌고, 엄마는 재가로 관계 단절, 아빠는 10년간 노숙생활을 했습니다.  저희 기관에서는 아동결연으로 아이를 지원했고, 아빠는 저희 무료급식소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때에 보육원에서 초대형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심지어 이 보육원은 논란이 있는 종교단체 소속입니다. 도를 아십니까 라인). 보육원이 폐쇄되면서,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다른 시설로 옮겨가고, 법적으로 보호자가 있는 아이들은 부모가 데려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결국 아이 아빠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상담 끝에 원가정 회복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10년간 노숙생활, 10년간 보육원 생활을 한 아빠와 딸의 어색한 동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대안보다는 원안이 좋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아이는 다시 보육원으로, 아빠는 노숙을 하게 될 것이니까요. 둘 다 함께 살고 싶어 했습니다. 방 2개짜리 집을 구하고, 살림살이를 준비하고, 전문상담사가 투입되었습니다. 아빠의 복잡한 채무를 관리해주고, 취업을 지원하고, 아이의 중학교 입학과 생활을 관리했습니다. 아이가 중2 때쯤 아빠의 알코올 중독 치료가 필요하여 1년간 분리해서 살게도 했습니다. 아이 한 명을 위해 여성 직원 1명을 채용하여, 같이 살면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보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두 사람을 위해 4년째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 공개할 수 없지만 진짜......제가 고생을 많이 했고, 하고 있습니다ㅠㅠ    


이제부터 하고 싶은 말(고민)입니다.  


두 사람은 10년간 떨어져서 살았고, 1-2년에 1번 정도 봤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신기하게도... 두 사람이 너무 똑같습니다. 생각하는 게 똑같습니다. 식습관이 똑같습니다. 비슷한 사고를 비슷한 시기에 칩니다. 처음엔 두 사람이 회의해서 같이 사고 친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언어습관도 소름 돋게 똑같습니다. 아빠의 청소년 시절 겪은 일을 아이가 똑같이 답습합니다. 두 사람이 같이 산건 1-3살 때, 그리고 지금 3년째 정도인데, 진짜 두 사람이 너무나 똑같습니다. 우연일까요?  유전자의 힘일까요?  저는 극 문과라서 과학적으로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부녀를 보면서 살짝 고민이 됩니다. 과연 유전자란 뭘까?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까?  과학적으로 다 풀 수 있나?  타고난 것은 학습으로 어디까지 수정이 될까?     


저희 집에 막내가 온 지 오늘로 딱 2년 되었습니다.  인생의 86%를 우리 집에서 생활했고, 나머지 14%를 생모 및 위탁모와 생활했습니다. 우리 집 막내는 분명히 우리 부부와 친생자녀들과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모도 살짝 다른데, 인물이 더 좋습니....아 아닙니다ㅋ   그리고  감사(?)하게도 급한 성질이 우리집에 딱 어울립니다. 


어떤 분은 입양이 출산과 다르지 않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다른 것처럼, 입양자녀는 다르지 않다"라고 합니다. 이 말은 맞는 것 같지만, 다 맞지는 않습니다. 두 가지의 다름은 다른 내용입니다. 자녀마다의 다름과 입양자녀의 다름은 분명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입양자녀는 사실 유전자가 다릅니다.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당연히!  다르다고 해서 차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조금도 다르지 않아!! 다 똑같은 내 자녀야!! 나는 친생자녀나 입양자녀나 다 똑같이 키울 거야!!"라는 생각이 과하면 오히려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사랑으로 자녀를 양육하되, 다른 부분은 인정하고, 그에 맞는 방법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친생 자녀 간의 다름에도 적용되는 내용입니다)    *제가 글빨이 없어서 읽는 분이 이해가 되실지, 혹시 오해가 생기지는 않을지 고민되지만, 사실 뭐 읽는 분도 별로 없으니ㅎㅎ


아무튼 우리 막내의 친생부모는 어떤 사람일까요?  어떤 쎈 유전자를 주었을까요?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면 도움이 될까요?  바라기는, 친생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 중에 좋은 것만 싹 남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입양을 통해 친부모가 된 우리 부부의 좋은 점만 딱 채워져서 건강한 아이로 바르게 자라면 참 좋겠습니다. 뭐 딱히 답은 없고 그냥 고민하는 내용입니다. 그나저나 긴 글 쓰기 너무 어렵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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