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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종규 Jul 10. 2023

'퀸카', '폭탄'이 왜 여기서 나와?

어린이 도서관 신간도서 책 제목을 보다가 든 생각

다음 달 개봉하는 만화영화 포스터를 하나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택배 비행기 로봇 '호기'가 새로 만난 100만 유투버 친구와 함께 악당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모험 길에 오른 돈키호테가 산초와 함께 풍차괴물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하는 플롯과 같지만, 요즘에 맞게 설정이 바뀌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택배와 유투버..

어린이를 상대로 어른이 만드는 콘텐츠도 세상 흐름에 맞게 바뀐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어떤지 모르겠으나, 콘텐츠를 만드는 어른의 세대가 달라졌으니 당연한 변화라 생각한다.


이런 변화를 어린이도서관에서도 보았다. 2015년 UN이 채택한 SDGs와 어울릴 법한 제목의 새로운 동화책들이 여럿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유아 신간도서에 꽂혀있는 플라스틱과 환경,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한 동화책 (1)
유아 신간도서에 꽂혀있는 플라스틱과 환경,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한 동화책 (2)

상대적으로 젊은 작가와 기획자들이 펴내는 책들일 거라 짐작한다. 책 제목만 훑어보아도 아이들의 환경감수성을 풍부하게 해주려는 콘텐츠 제작자들의 노력을 알 수 있다. 도서관에서 의도적으로 이런 책을 구매하는 것인지 실제로 도서시장에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는 것인지는 몰라도 꽤 많은 비율로 생물다양성과 포용성을 바탕에 둔 주제 의식이 신간도서 코너를 채우고 있다. 

이 책 제목들만 보면, 우리나라에도 그레타 툰베리 꿈나무들이 넘쳐나는 상상이 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한편, 신간은 아니지만 접근성이 높은 다른 아동서적을 보면서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퀸카', '잘못된 만남' 같은 은어가 나온다. Why? 교육만화 - 화석 편
거의 모든 공립도서관과 공공장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Why? 교육만화 - 화석 편

거의 모든 공립도서관의 전집 코너에 꽂혀있고 소아과 대기실에서도 종종 만날 수 있는 Why?, Who? 시리즈 만화책이 있다. 그 중에 '화석'편을 아이가 보길래 함께 보았더니 이러했다.

1. 선생님의 긴 설명을 듣는 아이의 말풍선에는 '너무 지루해' 라고 되어있었다.
아이들의 공감을 얻고, 만화로 재밌게 지식을 전하고자 하는 책의 취지를 반영한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표현의 바탕에 부정적인 학습태도가 깔린 게 아쉬웠다. '조금 간추려서 다시 말해주세요.', '핵심을 요약해서 한 번 더 부탁해요.' 를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2. 특히 거슬리는 어휘는 '퀸카', '폭탄', '잘못된 만남' 등이었다.
아이들에게 화석을 설명하면서 이런 어휘가 왜 나올까 싶지만, 아이들이 재밌어 할 거 같아 쓴 거라 추측한다. 그러나, 외모 중심의 남녀관계에서 나온 은어들을 교육만화에 넣어두는 게 과학지식을 쉽게 전한다는 교육적 가치를 되려 퇴색시키는 것은 아닐까? 

3. 더불어 "진주끼면 모두가 부러워할텐데" 같은 표현은 사회의 가치가 화폐 중심인 점을 못박아 전하는 듯 하다. 요즘에 누가 그렇지 않다고 하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안 그런 사람도 있고 옛 고전을 봐도 안 그렇다는 게 성인들의 말이다. 성경에도 그렇지 않나?


신간 코너에 꽂혀있는 새로운 기획의 책들이 얼마나 많은 어린이와 부모에게 선택되는지 궁금하다만, 한편으로 Why?화석편처럼 다수의 어린이에게 이미 전해지고있는 책의 내용도 살피는 노력이 있다면 좋겠다. 

소수의 지지를 받는 새로운 시도가 가치있는만큼, 이미 다수에게 선택받고 있는 내용을 고쳐나가는 시도가 기다려진다.




덧:

비수도권 구도심 활성화 에 대해 몰리는 관심과 들어가는 예산에 대해 들으면서, 내가 낸 세금을 걱정해본다. 상권을 활성화하고 구도심을 되살리려면 걷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걸을 수 있는 도로를 만드는 일이고, 정부가 나서기에 적합한 일이라 생각한다. 정부는 사유재산인 경우가 많은 건물보다는 공공재인 길에 더 신경 쓰면 어떨까? 안전한 인도와 자전거 길, 멀리서 찾아와도 편하게 주차할 수 있는 상황 등에 도시정부의 힘이 쓰이고 나서, 지역상공인들이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그림을 상상해본다. 행정서류로 지원금을 받고나니 정해진대로만 써야해 어쩌지 못하는 일 말고 말이다. 

새 전기차를 만들고 파는 쪽에 내 세금이 들어가기보다는, 이미 굴러가고 있는 자동차들이 덜 움직여도 되는 쪽에 내 세금이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덧2:

'솔루션 육아'에 대한 상담 콘텐츠가 인터넷과 TV를 뒤덮고 있다. 극단적인 아이들의 행동모습을 보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콘텐츠 소비자들이 자극을 받고,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 소아과 의사의 얘기를 들어보면 95%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고, 5%에만 그러한 솔루션 육아법이 적용될 것이라고 한다. 부모들에게 필요한 내용은 95%의 아이들과 재밌게 잘 지내는 방법이다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입에 붙은 말, "요즘에"와 "누가 그러니"를 좌지우지하는 미디어 콘텐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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