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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종규 Jul 03. 2023

원격근무에도 통근시간이 필요하다?

사무실 없는 직장생활 3년 차 후기, 원격근무자가 생각하는 '통근'

"사무실에 있으면, 동료가 일하는 걸 보면서 배울 수 있어요."
"사무실에 나가서 내 팀장도 아닌데, 옆 팀장한테까지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아요."
"원격으로 일하면, 온라인 미팅 후 몰입해서 내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요. 반대로 사무실 회의는 끝이 잘 안 나고 끝나도 계속 이야기가 이어지는 기분이에요."


위와 같은 '디지털 노매드', '원격근무' 등의 화두로 나누는 대화를 목격한 다음 날. 회사 동료 Lewis, Fintan과의 Friday catch-up 통화를 했다. 늘 그렇듯이 잘 지냈냐, 오늘은 어디서 접속했느냐는 등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통근'에 대한 수다가 좀 더 길어졌다. 세 남자 모두 9-6 출근하는 사무실은 없어도, 집에서만 일하는 건 아닌 터라 공감하는 내용이 있었다. 우리의 공통된 생각은 원격근무를 하는 사람이라도 나름의 '통근시간'은 도움이 된다 였다.


통근의 단점

업무 진도에 방해. 이동 시간과 방법에 따라 다르겠지만.

낭비한다는 기분. 시간, 체력, 집중력 등을 말이다.


통근의 장점

머리가 쉴 수 있는 시간! 혹은 창발적인 생각의 틈, head-space

자연스러운 분절. 장소 이동만으로도 스위치를 껐다 켜는 효과가 분명 있다, natural break. 굳이 N잡러가 아니더라도 여러 프로젝트를 넘나드는 동안 머리가 복잡한 기분이 들 수 있으니까.

근무장소에서 사회적 관계, 대화, 수다. 단, 공간에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경우.


최적의 통근 & 공간

15~20분 정도가 좋았다. 더 길면 기민한 움직임과 빠듯한 일정관리에 방해되던 경험이다. 바쁜 날이라면 40분만 오프라인이어도 응답할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원할 때 가서, 원할 때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 유연한 근무의 핵심은 책임지는 자유.

PC 등 짐을 두고 다닐 수 있는 공간이면 더욱 좋다. 특히 아래 활동을 위해

자전거 혹은 걷기 등 운동이 되면 금상첨화. 샤워가 가능하다면 달리기도 좋겠지만...

사무공간에는 가벼운 대화를 나눌 누군가가 있으면 정말 좋다. 사람이니까.


여러 번 재택근무를 해보고, 본격적인 원격근무로 일한 지 3년 차인 내가 생각하는 원격근무 성공의 핵심은 계획된 잦은 소통이다.

자주 음성&영상 소통해야 한다.
(채팅 문자 소통은 줄여지지 않는다만 줄이고 싶다. 가급적 문서의 공동작업 형태로 소통한다.)

반복적, 주기적, 정기적으로 하면 좋다. (언제 면도를 해야 할지 미리 정할 수 있다!!)

    미팅의 분위기나 진행방식이 익숙해지면, 내용에 집중하기 쉽다.

참석자는 빠르고 효율적인 미팅에 환호한다. 진행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내용을 소통할지 계획 한다.

    미팅이 시작하자마자 다음 미팅은 언제일지 잡아둔다.

따로 보자. 깊은 얘기라면 1:1 대화로 의견 조율 후 전체회의에 반영한다.

계약된 근무시간 이고 회의 중이 아니라면 언제라도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주로 소통 가능한 시간이 언제인지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재택근무의 '수혜'를 누리는 만큼 어디서 뭐하는지 드러나는 점 정도는 감수하자.

그리고 그 무엇보다...

통화 중이 아닐 때, 서로 열심히 일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믿음은 일의 최종성과는 물론 진행 중인 작업 문서 등에서 시작될 수 있다.
그러니까 나 혼자 저장하는 파일 따로 만들지 말고, 회사의 공유 클라우드에 꺼내놓고 일해야 한다. 부끄러운 초안이면 파일명에 '초안'이라고 쓰고, 기한 내에 프로답게 마무리하면서 '초안' 떼면 된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 동료가 커피 마시러 가는 에 내 자리 컴퓨터 화면 쓱 쳐다봐도 거리낄 게 없었던 처럼 말이다.



Full personal story in behind

통근과 사무실 생활. 어쩌다가...

13년~19년 출근하던 광화문 사무실에서 보이던 전망

13년도에 입사한 현재 회사 래티튜드는 광화문에 사무실을 둔 지 오래되었었는데, Lewis가 뉴질랜드로 이사 가고 나서 19년 봄에 충정로 오피스텔로 옮겼었다. 그때만 해도 코로나 팬데믹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그래서 뉴질랜드에 사는 동료들이 서울에 올 때 숙소로 쓸 수 있도록 오피스텔 안에 숙식이 가능한 준비를 해두었다. 그 당시 나는 일산에 살며 서울 시내까지 편도 1시간 이상 통근을 했고, 일이 너무 늦어지는 일 년에 한 두번은 밤을 보내기도 했었다.

한편 통근 시간에는 불만은 없었다. 내 삶에는 그 보다 더한 통근과 통학이 이미 있었다. 게다가 육아에 한창 지쳐있을 때는 출퇴근 시간에 군중 속에 조용히 서 있는 시간이 내 하루동안 가장 고요한 시간이었다. 나를 부르는 사람이 없기에.


그러다 2020년에 들어서 코로나가 터지고, 준비 중이던 국제 행사와 출장이 모두 취소되었다. 그리고 갑자기 원격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전에 재택근무를 했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둘째가 태어난 후 근로시간 조절, 재택근무 등을 해봤었지만 그때는 나머지 동료들이 모두 사무실에서 일했다.)

2020년 2월~9월 사이에 여러 번 바뀌었던 나의 일터

내가 집에서 근무를 하는 동안, 가족들 역시 불편한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큰 아이와 어린이집 갈 둘째는 매일 집에서 넷플릭스 만화 시리즈를 정주행 했다. 아내는 아이들 식사는 물론 투덜대는 나까지 신경 쓰느라 지쳐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는 '수도권 탈출을 해보면 어떨까' 상의했고 여러 후보지 중에 강원도 고성과 제주도를 알아보다가, 여행 겸 두세 번 제주도 왕복 비행 후 제주시내에 한 작은 빌라를 임대해서 이사를 했다.

제주살이 1주차에 찍었던 집과 동네 사진

2021년에 이어지는 코로나 상황에 나의 제주살이 역시 길어졌고, 충정로 오피스텔은 한 명뿐인 서울 직원의 1인 사무실과 다름 없어졌다. 그래서 오피스텔도 정리하고 공덕동 공유오피스로 사업자등록지를 옮겼다.


집과 사무실에 있는 물건과 가구들을 정리하며 그동안 얼마나 '맥시멀리스트'였고 앞으로 어떻게 '미니멀리스트'로 살 수 있으려나 생각 했고, 생활 먼지 쌓인 많은 소유물을 헐값에 중고로 팔며 정리했다. 긴 과정이었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20년~21년 동안에 나는 집과 카페 그리고 제주시내에 있는 여러 무료 공유 오피스 등을 그날그날 옮겨 다니며 일했다. 22년도에는 서울 직원이 퇴사를 하며 잠시 업무가 늘어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몰입을 위해 가까운 동네의 공유오피스에 사업자를 올려두고 정기적인 출퇴근을 6개월 정도 해보았다.


23년. 현재는 내 후임으로 Fintan이 대표를 맡았고, 그는 서울 집과 WeWork 비지정석 멤버십을 일터로 다.  Lewis는 주3일 근무로 계약된 회사 사무실과 집을 번갈아 다니며 일을 한다. 나는 제주시내 집-카페-공유오피스, 메뚜기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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