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고백, 가족들의 반응 1
작은 아빠.
내가 남편의 투자 사기를 처음 인지했을 때, 조언을 구하기 위해 처음으로 연락한 가족. 작은 아빠는 극 T다. 현실주의자이며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전화를 하기까지 많이 망설였다. 나는 이미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버린 상황이어서, 작은 아빠의 따가운 말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장 믿을 사람은 작은 아빠뿐이었다.
욕을 했다. 나 대신 왕창 욕을 해줬다. 어떻게 그러냐고, '관사에 사니까 그 돈이 여유자금 같지? 애 둘 낳고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투자를 대출을 받아서 해! 그것도 너한테 한마디 상의도 안 하고!' 딱 내 속마음이었다. 남편에게는 차마 하지 못한 말. 말과 말 사이에는 한숨이 가득했다.
작은 아빠는 시댁에도, 친정에도 모두 알리라고 했다. '너네들이 따로 부모님들께 해드리는 게 없다고 하더라도 명절이며 생신에... 기대치라는 게 있지 않냐'고, '너네 사정을 모르면 가족 간에 오해가 생길 수 있다'라고. 남편은 주저했고,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친정 부모님과 남동생에게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장 8월에는 부모님 결혼기념일, 9월에는 추석, 아빠 생신, 시어머니 생신, 10월에는 둘째 첫 돌...
그리고 '돈 관리를 따로 하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말했다. 우린 결혼 전 번 돈(재산)에 대한 공유를 하지 않았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나는 굳이 남편의 결혼 전 번돈까지 터치하고 싶지 않았다. 원래 허튼 돈을 안 쓰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물론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래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 모른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돈 관리면에서 잘못되었음을 인정한다.
작은 아빠에게 연락한 뒤로도 몇 번의 통화를 더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계좌를 말하란다. 이러려고 전화한 건 아녔다. 추호도, 정말 1도 그런 마음은 없었다. 작은 아빠도 가정이 있는데, 자식이 둘인데... 오백만 원을 보내줬다. 무려 내 2.5달치 월급이다. 눈물이 났다. 마음이 또 무너져 내렸다.
'너네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대출 갚는데 올인하고, 이것도 못하면 너네는 자식들에게 원망받는 부모가 된다. 사람구실 하는 건 내가 사람답게 살 때 하는 거야. 돈 십만 원이라도 절대 쉽게 생각하지 말어. 정신 바짝 차리면 일어설 수 있을 거야'
독해져야지 독하게 마음먹어야지. 다시는 이런 일로 가족들에게 연락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