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인터뷰글
국내 이주민 유입 속도가 증가하고 외국인의 장기 체류 숫자가 늘면서 대한민국 내의 이주노동자의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의 비자는 주로 비전문취업(E-9) 비자(고용허가제)인데, 이 비전문취업 비자는 국내 근로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농업, 제조업 등의 중소기업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구체적으로 고용허가제란 사업자가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는 것을 허가하고 관리하는 제도인데 이 제도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문제는 사용자의 부당한 처우가 있어도 실질적으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본인이 원하는 때에 근로계약 해지가 가능하지만 이주노동자는 그렇지 않다. 또한 근로조건이 계약과 다르거나 적절한 노동환경이 제공되지 않아도 이런 사실이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기란 힘들고, 사용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사업장 변경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는 강제 근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근무처 변경허가 기간의 제한도 있어 3개월 내에 변경 허가를 받지 못하면 출국을 해야 한다. 3개월 내에 새로운 사업장을 구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에 노동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근로계약이 체결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이 지속되면서 이주노동자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홀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특히 이주노동자를 고용허가제와 단속 및 추방으로 관리 감독하는 체제 하에는 미등록 노동자가 되기는 무척 쉬운 일이기에 문제제기도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스스로 이주노조를 결성하고 구성원을 모집하여 주체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현재 이주노조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보장과 사회적 구성원으로의 보호를 받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 촉구 캠페인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사회에 알림으로써 이들의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 퍼져 나가 고용허가제 폐지 및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는데 기여를 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할 지를 직접 들어보고자 했다. 감사하게도 이주노조에서 활동하고 계신 이주노동자 분들이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Q. 한국에서 일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네팔에 일자리가 있지만 조금 더 나은 경제적 여건을 갖추기 위해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가족들을 부양하고 가족들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또 제 자신의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자국의 경제적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Q. 한국에 오시기 전에 한국의 노동환경에 관한 설명을 들으신 적이 있으셨나요?
A. 한국에 노동환경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해 실제 근로조건에 관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근로조건에 관한 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실정이었고요. 정부가 만든 법이 있고 그 법에 따라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한국에 와보니 현실은 너무 다르더라고요.
Q. 현재 일하고 계신 곳의 노동환경은 구체적으로 어떠한가요?
A. 근로조건이 너무 열악해요. 일이 매우 힘들어요. 주로 육체노동을 많이 하는데 힘들어도 다른 사업장으로 변경이 된 적이 없어요. 약 2년 정도 일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허리를 다쳤어요. 그래서 사업장 변경 요구를 했는데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요. 또 한국인 노동자와 차별대우가 있기도 해요.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환경이라고 느꼈어요.
첨언) 국내 외국인 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은 50시간이며 연장 근로를 포함한 노동 시간이 법정 기준인 주당 52시간을 초과하는 비율은 약 24.6%였다. 그 중 약 20%는 주당 노동 시간이 60시간을 넘는다고 했다. 특히 이주노동자(비전문 취업, E9 비자)의 23.9%가 1주일에 60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해 노동 시간이 가장 길었다.
Q. 노동환경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열악한 상황인데 작년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추가적으로 어려워진 부분이 있나요?
A. 아무래도 외출에 대해 많이 민감해졌어요. 외출하고 돌아오면 ‘왜 바깥에 나갔느냐, 그럴꺼면 오지 마라’와 같은 얘기를 듣기도 했고요. 또 사업주가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인 작년부터 임금을 주고 있지 않아요. 지금 약 임금이 체불된 지 1년 정도 되었어요. 또 저희는 백신 접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여러모로 노동환경이 더 악화되었어요.
Q. 불합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주로 어떻게 대처를 하시나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나요?
A.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주로 먼저 일해본 경험이 있는 선배들에게 말을 하기도 하고요. 또 이주노조에 어떤 문제 상황이 발생했는지, 그래서 어떤 불편한 점을 겪고 있는지 호소를 하기도 합니다. 또 코로나19 확산 이후 임금 지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자 사업주에게 문제 제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고 있지 않고 있어요. 제대로 된 문제 해결 절차가 미미한 상황입니다.
첨언) 숙식비 혹은 인터넷, 전기 이용료를 월급에서 공제하는 경우도 있다. 노동부가 제공한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에 의하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숙식을 제공하면 통상임금의 20%를, 숙소만 제공하는 통상임금의 15%를 임금에서 공제 가능하다. 그런데 당사자가 공제에 동의해야 적용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숙소를 구하기 어려운 이주노동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저임금보다 적은 금액을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Q. 이주노조 활동 티셔츠를 입고 계신데 어떻게 이주노조에 가입을 하게 되었나요? 이주노조 활동이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되나요?
A. 문제가 발생하자 주변 사람들에게 관련 얘기를 했고, 동료들은 이주노조에 가입할 것을 제안했어요. 그래서 이주노조를 방문하게 되었고 이주노조 조합원이 되어 구성원들과 단결을 해 투쟁을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A. 이주노동자들은 현재 한국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만약 이주노조와 함께 투쟁을 한다면 사회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갖게 되어 가입을 하게 되었어요.
A. 고용허가제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주노조에 가입을 한다면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우리가 함께 열심히 목소리를 낸다면 고용허가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이 빠르게 개선되고 저희에 대한 대우가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첨언) 이주노동조합은 현재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노동허가제 실시를 가장 큰 요구로 삼고 활동하고 있다.
Q. 이주노조 활동을 통해 변화가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직장에서 가정 먼저 개선되어야 할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우선 사업장의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제도이기 때문에 제도가 일차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 제도를 바꾸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해요. 대부분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이 제도이기 때문에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A.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한국에 들어왔지만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줄 제도가 현실적으로 없어요. 제도가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지 못해요. 저 역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고용허가제를 노동허가제로 바꾸는 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A. 만약 제도가 개선이 된다면 법적인 보호를 통해 강제노동, 착취가 감소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업장 내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인 열악한 환경, 임금 체불도 문제지만 제도 문제도 크다고 느껴져요.
첨언) 국가는 고용허가제라는 제도를 활용해 이주노동자를 관리 감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로 인해 노동자가 구조적으로 사업주에게 종속되고 열악한 노동조건 하에서 노동을 하게 된다. 또한 미등록 체류자가 쉽게 양산될 수 있는 단점도 있기에 다 같이 뭉쳐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다. 그리고 이 제도 바깥의 이주노동자를 불법으로 낙인찍으며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활용하기도 한다.
2020년 실태조사에 의하면 지금의 ‘고용허가제에서 우선적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자유롭게 바꾸지 못하게 하는 것을 바꿔야 한다’는 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Q. 사업장 내에 안전보호 장구나 보호장치가 마련되어 있나요?
A. 작업복은 1년에 한 번, 겨울에만 지급이 돼요. 안전화는 6개월마다 한 번씩 지급이 되는데 지금은 1년에 한 번씩 지급이 되고 있어요. 여름에는 작업복을 안 주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사 입어야 합니다. 안전 장비는 제대로 지급이 되고 있지 않아요.
A. 여름에 날씨가 매우 더워도, 비가 와도 일을 해야 하는데 안전 장비도 제대로 주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가구 공장에서 나무를 자르는 작업을 하면 먼지가 많이 일어나는데 마스크도 지급이 되고 있지 않아요.
A. 제가 일하는 곳은 알루미늄을 녹이고 부어서 제품을 가공하는 사업장인데 작업 중 뜨거운 액체가 몸에 튀면 화상을 입기도 해요. 그런데 제대로 된 보호 장치가 없어요.
Q. 고용허가제가 폐지된다면 어떠실 것 같나요?
A. 그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사업주 눈치만 보기 바빴는데, 폐지가 된다면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기쁠 것 같아요. 노동허가제로 바뀌게 된다면 문제 발생 시 다른 사업장으로 이직할 수 있게 되어 사업주가 저희들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할 것 같아요.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A. 이주노동자에게 모든 잘못을 떠넘기는 불합리한 행태가 감소할 것 같아요.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면 이전보다 제대로 된 문제제기가 이루어져서 전반적으로 노동환경이 개선될 것이라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한국 사람들(정주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A. 국민들보다는 한국 정부에게 말하고 싶어요. 이주노동자들을 향한 인간적인 대우, 최소한의 삶의 질 보장,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사업장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노동허가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A. 고용허가제는 사업주에게 매우 유리한 제도라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임금을 제대로 못 받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가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런 사태를 발생하게 만든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A. 사업장에서 일을 하다 다쳐도 병원에서 진료 시 일에 관한 사실을 언급하지 말라고 해요. 이는 산재 은폐를 위해서죠. 우리는 지금 안전하게 적절한 환경에서 일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 법, 제도가 바뀌어야 해요.
인터뷰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열악한 모습을 띄고 있다. 제대로 보호장비가 지급되지 않고, 임금 체불 현상도 있으며,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특히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는 이러한 열악한 환경이 형성된 주요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해치고 나아가 인권, 삶의 질을 위협하는 고용허가제를 지금과 같이 유지한다면,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이주노조는 산업재해, 성폭력, 기숙사 문제, 임금 체불 등의 문제를 유발하는 고용허가제 폐지, 제도 개선을 위해 여전히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진정 그들을 위한다면 고용허가제의 폐지 혹은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전국학생행진,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 촉구 캠페이너 류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