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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Feb 06. 2024

클린스만은 영화감독??

한국 대표팀이 호주를 극적으로 이기고 4강에 진출했다. 물론, 나는 그 경기를 라이브로 끝까지 지켜보았다. 소리치고, 박수치며, 환호성까지 지르며. 


  먼저 짚고 넘어가자. 내 평생 아시안컵을 이렇게 열심히 찾아보았던 적이 있었던가? 심지어 새벽잠을 설쳐가면서.


  솔직히 축구는 월드컵 외에는 잘 보지 않는 편이다. 각 대륙에서 벌어지는 그 외의 대회들을 거의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주 가끔 하이라이트 영상을 찾아볼까 말 까다.


  그중에서도 아시안컵은 가장 관심 밖이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우리나라가 아시안컵에서 무려 64년 동안이나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도 이번에야 알았다.  


  이런 내가 이번 아시안컵 대회를 거의 정주행 하다시피 다 챙겨 보고 있다. 희한할 정도로 몰입이 되고 재미있다. 거짓말 좀 보태 월드컵 못지않다고나 할까?


  불과 얼마 전에 월드컵이 열렸던 곳에서 하기 때문인지, 출전국들의 수준이 상향평준화 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선수 구성이 역대급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세 가지 모두 해당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게임마다 재미없는 경기는 거의 없고, 긴장감과 몰입도가 거의 역대급이라는 점이다. 그 정점에는 바로 대한민국이 있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어찌나 스릴 있는 승전보를 전해오는지 너무나 자극적이라서 중독될 정도다. 


  나는 이 모든 것이 클린스만 감독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그의 전술 부재로 인한 불만들을 많이 쏟아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그는 승부사로서 팬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해 주는 진정한 감독임이 틀림없다. 다만 축구 감독보다는 영화감독에 가까운 정체성을 가졌다는 것이 흠일 뿐이다. 


  경기 중 미소를 띠고 있는 그를 카메라가 비출 때면 유럽 어느 동네에 사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를 데려다 놓은 게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든다. 더불어 이런 멋진 경기들을 공짜로 1열 직관할 수 있도록 특권만 쥐어 준 것 같아 킹 받기도 한다. 


  어쨌든, 우리나라는 4강에 진출했다. 아르헨티나를 월드컵에서 기어이 우승으로 이끈 메시처럼, 손흥민이 하염없이 침몰해 가던 클린스만 호를 거의 초사이언 + 계왕권 100배 정도의 활약으로 건져내 주었다. 


  4강전이 하루도 남지 않았다. 기대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주는 것뿐이다. 연장을 거듭해 경기를 치르느라 너무 지쳐버린 그들이 걱정인데 이 모든 것을 보완해 줄 만한 전술을 짜줄 감독님은 어차피 계시지 않으니까.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을 비롯해 모든 배우들 아니, 선수들이 다시 한번 초사이언 모드의 모습으로 뛰어주길 기대한다. 콩알만 하지만, 한 개만 먹어도 모든 체력과 부상이 회복된다는 드래곤볼 속 ‘선두’라도 구해다 주고 싶은 심정이다. 


  멋진 히어로가 되어 여전히 지는 법 따위는 모르는 해피엔딩의 영웅물을 찍어주길. 갖은 고생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 안타깝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 된 거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라도 우승까지 가야지.








*사진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클린스만 짤", "드래곤볼 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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