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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Dec 07. 2023

퇴사후에 코로나라니!!!

100일의 글쓰기 - 93번째

자는 동안 자꾸 잠이 깨서 뒤척거렸다. 잠결에도 알 수 있었다. 내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잠깐 깬 찰나의 순간, 무의식 중에 넘기는 침에도 목구멍이 따가웠다. 그래도 설마 싶어서 더 잠을 청해 본다. 몸이 으슬으슬 추워지기 시작했다.


  점심때가 되어서야 간신히 일어났다.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고, 온몸은 여기저기 쑤셨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내 몸에 이렇게나 많은 마디가 있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관절이란 관절은 다 아프다.


  어제 아내가 코로나 확진을 받았으니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무거운 몸뚱이를 간신히 움직여 자가 진단 키트로 먼저 검사를 해본다. 눈물이 나올 만큼 깊이 찌른다고 찔렀는데도 음성이 나왔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몸에 느껴지는 통증이 예사롭지 않다. 어제 아내가 호소한 증상과 너무도 비슷했다. 아무리 봐도 양성인데 음성이라니, 괜히 짜증이 난다. 애꿎은 검사 키트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누가 그러더라. 코로나는 걸리면 대번에 알 수 있다고.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자가 진단 키트의 결과를 거의 90% 이상 불신하면서 병원에 갔다. 증상을 이야기하고 어제 아내가 여기서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고 말했다.


  열이 있고 아내가 코로나라니 의사 선생님도 확신에 찬 말투로 코로나 검사를 하자고 한다. 아무리 쑤셔도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 길고 가는 면봉이 내 콧속으로 들어왔다. 근데 하필 또 왼쪽이다. 아까 내가 할 때도 왼쪽 쑤셨는데.


  거의 한 10초 가까운 시간을 면봉이 내 콧속을 헤집고 다녔다. 오만상을 쓰면서 버티는 게 안쓰러워 보였는지 의사는 연신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손목 스냅은 멈추지 않았다.


  15분 후, 양성 판정을 받은 나는 주사 한방 맞고 처방전을 들고 병원을 나섰다. 엉덩이 주사는 도대체 얼마만이야? 온몸이 아프니 창피한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나저나 요즘 코로나는 감기만도 못해서 티도 못 내는데 이제야 걸리다니. 그래도 글감 취급도 못 받는 것을 이렇게 쓰고 있는 내가 레전드다. 아프긴 겁나 아프다. 첫 감염이라 그런지 아주 제대로 매운맛을 보고 있는 중이다.


  이런 젠장, 퇴사 직후에 코로나라니! 자가 격리에 지원금도 없어졌는데, 이제 와서 부부 둘이 코로나로 앓고 있다니!! 대뇌 전두엽까지 짜증과 빡침이 올라온다.




*사진출처: 유튜브 “푸른거탑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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