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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Feb 28. 2024

내 귀에 달디 단 밤양갱~

나의 음악 플레이 리스트에 최신 곡은 거의 없다.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지고 싶지는 않아서 새로운 노래를 들어보려는 시도는 한다. 마흔이 넘은 아재에게 요즘 노래는 어렵다. 멜로디는 둘째 치더라도 일단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노래라는 게 반복해서 들으면서 가사가 외워지고 흥얼거리는 맛에 듣는 것인데 아무리 들어도 나의 뇌세포는 입력을 거부한다. 


  우연히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밤양갱’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무심결에 지나쳤을 법도 한데 어쩐지 추억을 자극하는 제목이 한몫을 해주었다. 옛 간식 이름의 제목인지라 요즘 가수가 불렀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놀랍게도 가수 비비가 발표한 따끈한 신곡이었다.


  아무리 요즘 MZ세대들 사이에서 할매니얼 푸드가 유행한다지만, 노래 제목이 밤양갱이라니? 아니나 다를까. 작곡과 작사를 가수 장기하가 했다고 한다. 게다가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에 비비의 상대역할로 등장까지 해주신다.


  다소 실험적이고 독특한 음악을 추구하는 장기하의 곡인지라 파격적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노래는 의외로 매우 얌전한 왈츠풍의 멜로디였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패턴은 상당히 중독성도 강했다. 딱 한번 들었음에도 머릿속에서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이 떠나지를 않는다.



  가사도 그리 어렵거나 길지 않아서 몇 번 들으니 거의 외워졌다. 최신 가요를 들으며 노래가 내 안에 들어온 것이 얼마만인가? 역시 노래에 있어서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가사가 가지는 힘이 어마어마한 것 같다. 오늘 하루 종일 밤양갱을 입에 단내 나도록 흥얼거리며 들었다.


  대중들의 반응을 보니 사람들의 듣는 귀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가 보다. 이미 비비의 밤양갱은 거의 모든 음원차트를 점령하고 있다. 자꾸 듣다 보니 장기하 특유의 느낌이 물씬 풍겨난다. 스스로가 장르가 되어버린 아티스트인 그의 음악 색깔은 참 매력적이다.


  밤양갱을 비비가 불렀기에 더욱 화제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솔직한 행보로 늘 화제가 되는 그녀가 얌전하고 청순한 컨셉으로 노래를 하니 팬들은 새로운 매력에 빠진 듯하다. 어둠의 아이유라고 불리던 비비인데 이런 모습도 괜찮네 하는 반응인 것이다. 


  잘 들리는 노래를 음색 좋은 가수 비비가 불러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아이돌 그룹의 빠른 템포와 영어 가사로 무장한 노래들도 필요할 테지만, 밤양갱과 같은 노래들도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가사를 들으면 금방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 동네 편의점에 갔다가 무심코 계산대 옆에 놓인 밤양갱을 보며 괜히 한 번 더 흥얼거릴 수 있는 이 노래처럼 말이다. 



https://youtu.be/smdmEhkIRVc?si=17UABu7DY3GN4XNa




*사진출처: 유튜브 "밤양갱" 뮤직비디오 캡쳐, 구글 검색 "크라운밤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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