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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Apr 28. 2024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냐?' 범죄도시 4 리뷰

(마블리 시네마틱 유니버스) 범죄도시 4 스포 없는 리뷰

영화 ‘범죄도시 4’가 개봉했다. 딱히 경쟁작이 없어 순항 중이다. 이대로 또다시 천만의 기록을 세우게 될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작들이 세운 놀라운 기록인 2편과 3편의 쌍 천만을 넘어 과연 삼천만까지 찍을 수 있을까? 


  범죄도시 시리즈는 배우 마동석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영화다. 현재로서는 총 8편까지 기획해 놓았다고 한다. 이번에 개봉된 4편까지가 일종의 1부와 같고, 추후 5~8편이 2부가 될 거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으면서 장단점이 명확한 영화였다. 더불어 의외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불호에 가까운 아쉬움이 더 큰 영화였다.


  전편인 범죄도시 3편이 시리즈 중 최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에 비하면 이번 4편은 매우 준수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큰 이유는 이 시리즈가 갖는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문이다. 바로, 그놈의 아는 맛이 문제였다.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이 있다. 아는 맛은 말 그대로 양날의 검과 같다. 아는 맛이 제일 무서울 수도 있으나 잘못하면 엄청 진부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빌런 소개, 마석도 소개, 쫓는 과정, 마석도의 통쾌한 응징으로 이어지는 4단계는 마치 수학 공식처럼 모든 시리즈를 관통한다. 즉, 이 동일한 패턴이 이번까지 포함해 4번이나 반복되다 보니 솔직히 기시감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다행인 것은 이 부분을 감독과 제작진도 의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대한 지난 시리즈와는 달리 변주를 보여주려고 무척 애쓴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특히, 3편 개봉 당시 집중적으로 비판받았던 부분들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 티가 난다.


  3편은 너무 개그를 남발하는 느낌이 없지 않았었고, 그에 반해 빌런의 매력은 많이 떨어지다 보니 전작들에 비해 영화의 무게감이 가벼워졌던 게 사실이다. 금번 4편을 준비함에 있어서 개그 요소를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 부담이 많이 되었을 것이다. 적절한 웃음코드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큰 장점이다. 범죄 액션의 장르라 해도 웃음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4편은 그 밸런스를 잘 잡아내 준다. 내가 꼽는 이번 편의 최고 장점 역시 바로 이 부분이다. 개그 요소를 너무 남발하지 않으면서도 나올 때마다 제법 빵빵 터뜨려 준다. 양은 줄이고 질은 올려서 타율이 꽤 괜찮다. 특히, 장이수는 야구선수 오타니와 같은 맹활약을 펼친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하나 같이 웃음 폭탄이 터진다. 1편에서 장첸이 그를 죽이지 않은 것이 고마울 정도다.


  사건의 설정 또한 좋았다. 이번 4편에서 온라인 도박과 관련된 사건을 다루었는데 꽤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모티브가 되는 사건들 역시 현재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스토리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영화 속의 이야기가 지금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실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관객들은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역시 빌런이었다. 김무열이 연기한 용병 빌런 백창기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마석도에게 치명타를 입힐 정도로 무술 능력이 역대급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허전했다. 그건 아마도 범죄도시의 빌런 하면 언제나 빼먹을 수 없는 장첸이나 강해상 같이 악인으로서의 카리스마가 충분히 느껴지지 않아서 일 것이다.





  단검을 사용하는 백창기의 액션 씬 자체는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원빈 주연의 ‘아저씨’를 보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가뜩이나 예전에 영화 악인전에서 마동석과 김무열은 서로가 합을 맞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중복되는 기시감은 썩 좋게 다가오지 않았다. 인물도 본듯하고 액션 시퀀스도 낯이 익어서 새로운 느낌을 받지 못했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차라리 빌런 캐릭터를 디자인에 더 공을 들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3편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4편도 더블 빌런 체제로 진행된다. 백창기 말고, 이동휘가 맡은 장동철이 개인적으로는 더 매력적이었다. 그 역시 드라마 '카지노'에서 맡았던 역할 이미지와 겹치지만, 더 깐족대고 악랄한 모습으로 나와서 나쁘지 않았다. 차라리 빌런을 둘로 나누지 말고 온전히 힘을 합쳐 마석도에 대항해 괴롭히는 설정이었으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천만을 채우지 못해 흥행 면에서는 꼴찌인 1편을 시리즈 중 최고로 꼽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범죄도시 1편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매력적인 빌런에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 영화의 흥행은 주인공 마석도가 아니라 진짜 조선족 깡패처럼 연기를 해낸 윤계상 등의 배우들이 하드캐리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만큼, 범죄도시는 태생적으로 빌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악랄하고, 잔인하며, 광기 어린 강력한 빌런이 등장해 줘야만 마지막 마석도와의 결투 장면에서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2편부터 등급 조절로 인해 이마저도 쉽지 않겠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어야 할 것이다.


  마동석 배우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2부가 시작되는 5편부터는 나름의 변화가 있을 거라고 한다. 어떤 것인지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으나 기존의 아는 맛을 탈피해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에서 시리즈 영화로 이렇게 성공적인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유일하다. 유독 이번 편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일 것이다. 팬들은 그만큼 기대가 크다. 최종 관람객 숫자도 중요하지만, 재밌어서 관객이 몰린 것인지 볼 영화가 딱히 없어서 몰린 것인지 냉정하게 평가해봐야 할 것이다.


  이번 ‘범죄도시 4’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만큼, 생각보다 호불호가 갈릴 거라고 생각한다. 3편이 워낙 안 좋은 평을 받아 그보다는 낫지만, 1편과 2편에 비하면 부족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감상평이다. 그래도 또다시 천만을 찍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그렇다 하더라도 간신히 해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프랜차이즈 상업영화라도 공장에서 찍어내듯, 기성복 같은 영화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기존에 반복했던 패턴은 여기까지로 족하다. 앞으로 후속작에서 등장하게 될 강력하고 매력적인 빌런을 기대해 본다. 단점을 너무 강조한 것 같은데,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보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마석도의 통쾌한 액션과 장이수의 개그만큼은 적어도 우리를 배신하지 않으니 말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검색 "범죄도시4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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