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세곡 Dec 06. 2024

계속되는 불안감... '윤석열차', 멈춰야 한다.

비상계엄 이후 공포감에 잠 못 드는 나날들

천만 다행히도 계엄령이 빠른 시간 안에 해제되었다. 새벽까지 뜬눈으로 지새우며 계엄군이 철수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이 됐다. 많은 국민들이 재빠르게 국회로 몰려갔으며 국회의원들은 담장까지 넘어서 진입했고 계엄군들도 나름의 소극적으로 작전을 수행해 아주 큰 비극은 막을 수 있었다. 국회 아니 민주주의를 지켜낸 '극적인 밤'이었다.


뉴스는 물론 정치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들에서 각종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날 밤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 '도대체 그는 왜 이렇게까지 한 걸까?'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각자의 정보력과 전문가들을 총동원하는 모습이다. 나 역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영상들과 속보에 집중하면서 최대한 많은 영상들을 시청하려 애쓰고 있다.


사실, 비상계엄 당일보다 그 이후에 더 긴장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잘 떨쳐지지 않는 불안감이 나를 사로잡고 있다. 불안한 이유를 찾고자 어제오늘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나를 감싸는 불안감의 실체는 찜찜함에서 기인하고 있었다. 뭔가 아직 끝난 게 아닌 듯한 불길한 예감, 그건 공포심에 가깝기도 했다. 왠지 또다시 계엄령이 내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


내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대통령은 해당 행위에 대해 전혀 사과하지 않았다. 실제 불법 계엄령을 실행했던 참모들 중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고(물론 그 또한 해임이 아님 사임이기에,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다고 보긴 어렵다)는 아직 별다른 제재를 받고 있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더 나아가 위헌과 위법으로 불법 계엄을 한 대통령임에도 그를 두둔하는 여당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이다.


계엄해제 표결 당시에도 여당의 약 50명에 이르는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 회의장이 아닌 국민의힘 당사로 향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국민의힘 의원 중 총 90명이 투표에 불참했다. 불법 계엄 사태는 엄연히 정당을 떠나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


행정부가 입법기관을 유린하고 위협한 긴급한 상황. 정파를 떠나서 자신들의 가슴에 배지를 달고 있다면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것이 마땅하다. 그들은 가지 않은 것에 대해 비겁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마치 너무 들어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못 들어간 사람들인 것처럼. 그러면 나머지 본회의장으로 들어간 190명의 의원들은 날개라도 달았단 말인가?



         ▲3일 밤 경찰 통제를 피해 국회 담장을 넘고 있는 우원식 국회의장 ⓒ 국회의장실 제공



국민의힘은 그걸로도 모자란지 5일 윤 대통령 탄핵 소추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그 소식을 들으며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엄연히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로서 너무 절망적이었다. 현실적으로 여당 의원들 중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나와주어야만 탄핵 소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오전 대통령이 정치인들 체포를 위해서 정보기관을 동원했던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서 확인했다"라며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라고 탄핵 반대 입장을 사실상 철회했지만, 이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의 말에 의하면 불법 계엄 당시 실탄이 지급되고 저격수도 배치되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한다. 저격수 여부는 더 확인해 봐야겠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장에서 계엄군 병사가 떨어뜨린 탄창이 발견이 된 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탄이 들어있는 탄창이었다. 그날의 신속한 계엄해제가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해낸 것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운도 따랐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계엄령이 생각보다 짧게 혹은 어설프게 진행되었다고 주동자들을 바보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리석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너무 무시해서는 안된다. 방심은 금물이다. 윤 대통령을 단순히 바보로 생각하면 안 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을 할 때는 그 누구보다 영악해진다. 예를 들어 선관위 점령이 그렇다. 계엄군이 국회의사당에 투입되는 동안 무려 300여명의 또 다른 병력이 선거관리위원회로 출동했음이 밝혀졌다. 정말 무엇을 얻기 위해 불법 계엄령이라는 악수를 둔 것인지 철저한 조사를 통해 확실히 알아내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


알다시피 출동했던 계엄군은 특수훈련을 받은 인원들이었고 장비도 철저히 챙겨 왔다. 추측이기는 하나 그들이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정반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 같다는 생각 쪽으로 더 기우는 중이다. 누군가의 가벼운 표현처럼 절대 해프닝이 아니라는 뜻이다. 나름대로는 꽤나 철저히 준비한 듯하다. 결과적으로 계엄 해제가 된 건 너무나도 다행이지만, 아직 우리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 이주영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현재의 대통령은 상식이나 설득이 어려운 지도자다. 검사 출신임에도 온갖 위법을 저지르기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총부리를 국민으로 향하게 하는 계엄령을 실행한 사람이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권력남용을 한 번 해본 사람이 두 번을 못할까? 또다시 계엄령 혹은 그에 준하는 파괴행위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과 경각심을 갖는 것이다. 지금의 정권이 유지되는 한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들을 서슴지 않고 해낼 사람들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 6당은 지난 4일 오후 탄핵 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안 의결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든 정국은 혼란스러워지고 많은 뒷수습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만약 탄핵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이제껏 보지 못한 가장 최악의 후폭풍이 우리를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탄핵되지 않은 최고 권력자의 다음 행보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두 번째 세 번째 계엄령이 내려질지도 모르고 그와 비슷한 아니 그보다 더 강력하게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게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데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야 말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너무 무섭고 불안하다. 탄핵이 실패하게 될까 봐.


진영을 떠나서 국가와 국민의 운명이 달린 일이다. 인터넷에 지난번 계엄령 실패를 조롱하는 각종 짤들이 돌고 있다. 위기 속에서도 해학을 즐기는 우리 민족의 긍정적인 국민성은 알아주어야 한다. 하지만 거듭 강조하고 싶다. 절대 그를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고. '해학'을 즐기는 건 오늘까지만.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해악'의 세력들을 심판하는데 더 집중해야 할 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