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일상 지키는 사람들에게 보낸 위로의 노래... 탄핵 플리에 추가
직접 광장으로 나와 주지는 못했지만, 소신 발언이 담긴 노래를 발표한 가수가 있다. 바로 ‘벚꽃 엔딩’으로 유명한 장범준이다. 그는 2차 탄핵 표결이 있던 12월 14일에 신곡 ‘전쟁이 나면 (안 돼요)’을 깜짝 발표했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뮤직비디오도 함께 공개되었다. 깜찍한 그림체의 남녀 주인공이 등장해 열심히 도망가는 모습이 노래 가사와 찰떡이다. 이런 시국에 발표된 이런 노래라니. 가수 장범준은 예지력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의 히트곡 중 단연 일등은 ‘벚꽃 엔딩’이다. ‘벚꽃 연금’이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발표된 지 10년도 훌쩍 넘었지만, 봄만 되면 역주행하는 레전드 곡이다. 해당 곡의 수익만으로도 평생 먹고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팬들의 재치 있는 표현이라 볼 수 있겠다.
‘전쟁이 나면 (안 돼요)’은 제목부터 12.3 내란 사태를 떠올리게 만든다. 지금 시국에 더구나 탄핵 가결을 하는 날에 발표하다니.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려나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들지만, 오해는 금물이다. 나도 처음에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 노래는 이번 사건과는 전혀 상관없이 만들어진 곡이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신곡 발표 소식을 알리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추운 겨울 소중한 일상을 지켜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1년. 반 전에 위급 재난 문자를 받고 만든 ‘전쟁이 나면(안 돼요)’ 들려 드린다.”
알다시피 작년 5월 31일에 서울시가 갑작스러운 재난 문자를 오발송 했던 일이 있었다. 무척 이른 시간인 오전 6시 41분쯤에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문자가 도착했다.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행정안전부가 7시 3분에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란 문자를 발송해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이미 많은 시민들은 혼란에 빠지고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 뒤였다. 이후, 서울시와 행안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여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결론적으로 실제 상황은 아니었으니 천만다행이었다. 그런데 장범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상상력을 발동해 노래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정확히 노래가 완성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2차 탄핵 투표를 하는 14일에 발표한 점에 주목하게 된다. 노래의 첫 소절은 아래와 같다.
만약에 야 정말 만약에
오늘 아침 전쟁이 나면
네 집 앞에 제일 먼저 뛰어가서
나는 너랑 같이 도망갈래
일어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가득 담아 그는 노래한다. 계엄 내란 사태를 두고, 만든 노래는 아니었지만 몹시 추웠던 그날.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분명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만약에’라고 가정을 해야 상상할 수 있었던 일을 실제로 겪었다. 어른 세대는 잊고 싶었던, 젊은 세대에게는 무척 낯선 단어인 계엄, 내란, 쿠데타라는 말들을 선명히 새기며 아직도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날 밤 많은 시민들이 국회 의사당으로 달려가지 않았더라면. 국회의원들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투입된 계엄군이 무리하게 작전을 고집했더라면. 우리가 지금 보내고 있을 시간들은 지옥 그 자체였을 것이다.
내란과 관련된 인물들은 대부분 아직도 거짓과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 매일 새롭게 밝혀지는 뉴스들. 거기에 기대만큼 영 속도를 내지 못하는 수사 상황을 보고 있으면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마음을 놓지 못하겠다.
나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국민들 역시 그렇지 않을까 싶다. 가뜩이나 날은 점점 추워지는데 국민들의 마음은 더 차갑게 얼어붙어 가고 있다. 지금의 혹한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신속한 수사와 구속밖에 없다.
그때까지 국민들은 두꺼운 패딩을 잔뜩 끼어 입고, 핫팩으로 손을 녹이며 광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탄핵 송 리스트에 장범준의 ‘전쟁이 나면 (안 돼요)’도 추가되면 좋겠다. 전쟁까지 불사하며 희대의 참극을 조장하려 했던 국가의 폭력이 무릎 꿇을 때까지 탄핵 송 리스트는 계속 업데이트될 것이다.
지금의 사태가 언제쯤 완전히 해결될지 미지수다. 분명한 건 국민들의 떼창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거라는 점이다. 가사에 적힌 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도망가야 하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 지금의 추운 겨울이 끝나고 진짜 봄이 오는 그날을 기다린다. 장범준의 ‘벚꽃 엔딩’을 웃으면서 다시금 힘차게 부를 수 있는 따뜻한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https://youtu.be/UoPg7Bt4gc0?si=yIWpeF5UWUAaD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