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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Dec 27. 2024

내란·계엄·탄핵 후폭풍, '오징어 게임 2' 똑 닮았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2 스포일러 리뷰

올해 넷플릭스 최고 기대작 오징어게임 2가 지난 26일 공개됐다. 이번에 나온 시즌2는 총 7화로 구성되어 있다. 시즌 1이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던 만큼 금번 시즌2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 또한 굉장히 컸다.


기대가 되는 만큼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본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말은 생각보다 높은 적중률을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 감독과 제작진도 꽤 큰 부담감을 가지고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을 것이다.


오징어게임 시즌1이 세계에서 가장 히트한 한국 작품이었던 터라 이번에 무려 1,0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여되었다고 한다. 각종 사전 행사나 광고 마케팅에도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시즌1보다 더 많은 유명 배우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됐다.


시즌2의 전체 플롯은 시즌1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즌1에서 최종 우승자로 살아남은 성기훈(이정재)은 게임의 기획자 즉 프런트맨(이병헌)을 찾아 나선다. 돈을 빌미로 더 이상 잔혹한 살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게임 자체를 끝내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게임의 관리자들을 찾기 위한 단서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기훈은 본인이 게임을 했던 곳이 어디였는지 그리고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프런트맨의 정체조차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훈은 자신에게 게임의 초대권을 주었던 지하철남(공유)을 찾는데부터 시작한다. 무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를 쫓는다.  


또 한 사람 프런트맨의 동생이자 형사였던 황준호(위하준)도 오징어 게임이 열리던 섬을 찾기 위해 애를 쓴다. 준호는 시즌1에서 총을 맞아 절벽 아래 바다로 떨어졌으나 선장(오달수)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자신을 구해준 선장에게 부탁해 인근 섬을 계속 탐색하고 있었다. 


기훈과 준호는 둘이 각자 수색하다가 함께 힘을 합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렇다 보니 이러한 과정들을 담아낸 초반부 1화와 2화는 기대만큼 흥미롭지는 않았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등장인물도 많아지고 다양한 서사가 어우러지다 보니 초반 부분 빌드업 투자는 피할 수 없었나 보다. 두 편만 잘 참아내면 3화부터 본격적인 게임이 진행되는데, 이때부터 상당히 재밌어진다.


시즌1과의 차별점을 위해 여러 가지 설정들이 더해졌다. 일단, 우승자였던 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가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큰 변수가 된다. 모든 게임을 겪어보았고 심지어 통과했으니 그의 존재만으로 참가자들에게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기획자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를 간파했다는 듯, 첫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제외하고 모두 다른 게임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더구나 시즌1의 오일남처럼, 프런트맨이 가면을 벗고 '001번'으로 참여하기까지 한다. 기훈은 프런트맨임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프런트맨은 진짜 참가자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목숨 걸고 함께 게임에 임한다. 그가 언제 배신할지 모르기 때문에 가슴 졸이며 보게 된다. 


이번 시즌에 새로운 게임들은 어떤 게 등장할지 무척 궁금했다. 역시나 우리가 어렸을 때 했던 놀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비석치기, 공기놀이, 팽이치기 등 추억 속 익숙한 놀이들이 대거 등장한다. 한국적이면서 꽤나 흥미롭게 연출되기 때문에 지난 시즌 때와 마찬가지로 오징어 게임 속 K-놀이세트가 외국에서 또다시 유행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시즌1과 비교해 가장 큰 변화는 뭐니 뭐니 해도 ‘투표 시스템’의 도입이 아닐까 싶다. 전과는 달리 하나의 게임이 끝날 때마다 계속 게임을 이어갈지, 아니면 그만하고 그 시점까지 쌓인 돈을 나눠 갖고 떠날지를 결정하는 투표를 하게 된다. 각자의 부채 정도가 다르고, 하늘에 걸린 대형 저금통에 현금이 쌓여가는 게 눈에 보이다 보니 게임 지속에 대한 의견은 첨예한 대립들 이룬다.


투표를 해서 과반을 차지한 쪽의 의견대로 되기 때문에 O을 선택한 사람들과 X를 선택한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신이 선택한 걸 가슴에 비표로 붙이도록 했는데 이는 투표 이후에도 서로가 어떤 걸 선택했는지 상기시킴으로써 편 가르기를 통한 갈등을 지속시켜 나간다.


개인적으로 이 설정이야말로 시즌1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닌가 싶다. 시즌 1이 게임을 진행하는 그 자체에서 스릴을 유발했다면, 시즌2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게임에서 촉발된 갈등을 투표를 통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시켜 폭주하게끔 유도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즌2가 시즌1보다 훨씬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극 중 실제로 많은 살인이 일어나기도. 할뿐더러 인간 내면의 잠든 욕망을 일깨워 적재감을 고조시킨다. 게임을 계속하려는 자들과 중단하려는 자들의 갈등이 생기고, 끝내는 폭주하게 된다. 여러 캐릭터들이 욕망에 눈이 멀어 과정은 인간성이 탐욕 앞에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징어게임 시즌2를 보는 내내 지금의 현실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굳이 연관 지으려 애쓰지 않았음에도 저절로 그렇게 된다. 아마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거의 다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했으리라. 그 어느 때 보다 투표에 대해 민감한 상황에 봉착해 있다 보니 더욱 그렇다. 


12.3 계엄 내란 사태 이후, 대통령 선거의 중요성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직접 하는 투표는 아닐지라도 국회의원들이 계엄 해제를 위해 했던 표결이나 한번 실패 끝에 간신히 성공한 탄핵 소추안 가결을 보면서도 그랬다. 동일한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생각보다 다양했고,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혐오하기에만 바빠 보였다.


하루하루 국민들은 피가 말라가는데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서로를 공격 못해 안달이고 여론을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지를 않나. 언론사는 가짜뉴스를 확인도 없이 내보내 국민들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은 오징어 게임과 무척 흡사하다. 자유를 주었다고 하지만, 참가자들과 국민에 총부리를 겨누는 모습이나 자꾸 욕망을 자극해서 서로 짓밟고 살아남으라고 유도하는 권력자의 모습까지 아주 꼭 닮았다. 


드라마 속이나 현실이나 인간 군상들의 모습은 비슷했다. 국민들의 갈등을 유발해 표를 얻고 정치생명을 이어가려는 자들. 탐욕에 눈이 멀어 국민의 안전보다 사리사욕을 채우는 게 더 중요한 권력자. 이런 자들이 힘을 쥐어준 우리 유권자들까지. 우리 역시 우리도 모르게 서로를 죽이고 나만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었던 건 아닐까.


잔인하기 그지없는 오징어 게임은 이미 우리 현실 속에서도 진행 중이다. 그럴싸한 명분을 붙여대지만, 자신을 탐욕의 가면으로 가린 채 가식 속에 빠져 생존에만 목을 매는 사람들을 매일 뉴스에서 보고 있다. 마치 나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제거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여기게끔 선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 


드라마 속 주인공 기훈은 목숨 걸고 일등 상금을 받아 그곳을 탈출해 나왔음에도 굳이 다시 그 게임에 참가하고야 만다. 극 중에서 기훈은 그 게임을 끝내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징어 게임은 돈을 향한 맹목적인 생존게임이다. 인간됨을 적극적으로 거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와 다름없다.


오징어 게임 속 세상은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만들어 준다. 어느덧 우리 사회도 그렇게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핑크색 옷을 입은 병사들은 참가자들을 향해 총을 겨누면서 죽음을 담보로 하는 게임 속으로 계속 밀어 넣는다. 말로는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무참하게 살해될수록 올라가는 상금을 보면서 그 안의 사람들은 점점 광기만 더해갈 뿐이었다.


어느 때보다 불안한 국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데올로기적 갈등 역시 최고조에 이른 지 오래다. 우리 사회가 너무나 끔찍한 데스게임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징어 게임 속 주인공 기훈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 역시 서로 죽이기에만 바쁜 이 지긋지긋하고 잔인한 게임을 끝낼 때가 되었다. 아니 한참 지났다. 


죄를 지은 사람들은 제대로 벌을 받고, 국민들은 하루빨리 활력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내가 하는 투표가 천국을 만들 수도 오징어 게임 같은 지옥을 만들 수도 있음을 잊지 말자. 누군가를 못 잡아먹어 안달하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것에 몰두하자. 


혼자서 살아남기 위해 버둥거리는 사람 말고, 남을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살려내는 삶을 사는 사람만이 결국 살아남는다는 것을 믿는다. 극 중 기훈이 그렇다. 그는 첫 번째 참가 때도 그랬고 이번 두 번째 참가 때도 함께 생존하기 위해 노력했다. 요즘 같이 어려운 때,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성기훈 같은 사람들이다.




*사진출처: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 예고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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