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리뷰] tvn '폭군의 셰프' 9,10화 스포일러 리뷰
폭군의 셰프 9화에서 조선 숙수들과 명나라 화부들의 최종 대결이 펼쳐졌다. 앞선 두 번의 경합에서 연속 무승부를 기록. 마지막 세 번째 대결이 사실상의 결승전이다.
조선의 국운이 단 한 번의 승부에 달렸다. 요리 주제는 ‘탕과 인삼’. 조선은 오골계 삼계탕을 명은 불도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에 공개된 9화와 10화 역시 눈으로 맛보는 요리의 맛이 상당하다.
10화도 흥미진진하다. 어린 진명대군은 음식을 먹고 난 뒤 사경을 헤맨다. 그로 인해 연숙수(임윤아)가 음식에 독을 탄 것이 아니냐는 누명을 쓰고 만다. 다시금 쫄깃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앞선 9화가 더 인상 깊게 다가왔다. 경합의 이면에는 명나라 환관 우곤(김형묵)과 제산대군의 계속되는 방해공작이 있어왔다. 조선은 계속해서 무척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를 알아챈 연희군은 묘수를 꺼내 들었다.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식을 양국의 요리사들이 서로의 음식을 맛보고 평가하는 방법으로 정한 것이다. 그런데 또다시 뜻밖의 변수가 발생한다.
명나라 3명의 화부 중 한 사람인 공문례(박인수)가 음식을 전혀 먹지 못했다. 실제로 그는 경합 내내 음식을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만 맡을 뿐 입에 대지는 않았다. 맛을 보아야 점수를 낼 수 있는데 그가 먹지 못하니 1명 분의 점수가 누락될 수밖에 없어 이대로라면 조선은 필패다.
공문례를 유심히 지켜보던 연숙수는 그가 일종의 거식증에 걸린 것임을 알아차린다. 너무 완벽한 음식을 만드는데 몰두하다 보니 먹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물론 거식증 환자 치고는 너무 건강해 보이기는 하지만 드라마적 허용으로 넘어가줄 만하다.
거식증은 공화부로 하여금 직접 맛을 보지 않고도 완벽하게 간을 맞추는 경지에 이르게 해 주었다. 하지만 그 역시 요리 고수 이전에 한 명의 사람이다. 마땅히 누려야 할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상실했으니 그의 인생이 행복할리 없었다.
연숙수가 다시 한번 기지를 발휘해 낸다. 완벽하게 플래이팅 된 음식 대신 대접에 오골계 삼계탕을 마구잡이로 담아 공화부에게 내밀었다. 화면에 비친 음식은 거의 잡탕에 가까운 비주얼. 이번 드라마 통틀어 가장 맛없어 보였다.
그러면서 펼쳐지는 회상씬. 공화부의 젊은 시절, 완벽한 음식을 만들어내기에 몰두하지만 도통 성에 차지 않아 좌절 중이었다. 점차 입맛도 잃어가던 공화부를 다독이며 그의 할머니는 직접 만든 탕을 한 숟갈 떠먹이면서 말한다.
"음식은 자고로 이렇게 다 쓸어 놓고 끓이는 게 천하제일 진미다"
마지못해 한번 맛을 본 본 공화부는 눈이 번쩍 뜨인다. 너무 맛있다면서 할머니의 잡탕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게 된다.
연숙수가 내민 대접 속 형편없는 비주얼의 오골계 삼계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공화부. 갑자기 젓가락도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닭다리를 집어 들어 한 입 베어 물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 음식이 공화부에게 돌아가신 할머니의 잡탕 요리를 떠올리게 만들어준 거다.
연숙수는 말했다. 승패를 떠나서 당신(공화부)도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여기에 담았다고. 그녀는 입맛뿐만 아니라 아닌 음식을 먹는 사람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진정한 셰프다.
드라마 속 공화부는 공자의 후손으로 나온다. 인을 강조한 공자의 가르침을 도리어 연숙수를 통해 그가 깨우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겨야만 하는 생존대결에서 조차 연숙수는 상대방이 진짜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만큼은 잃지 않았다.
나와 남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요리하는 연숙수야 말로 진정한 군자의 정신을 가진 자다. 이는 화면 밖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마음 가짐이라 할 수 있겠다. 자신과 생각이 조금만 다르면 쉽게 혐오하고 탄압하기도 마지않는 게 지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마음과 대접하고자 하는 정신. 이러한 것들이 회복될 때 삶이 진정 맛있어진다고 믿는다. 연숙수가 정성껏 만든 음식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듯, 우리 역시 각자에게 주어진 것들로 하루를 맛있게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맛있는 삶이 진정 멋있는 삶이기도 하니까. 하루하루 군자로 살아가길 힘써야 할 때다.
*사진출처: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9화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