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리 May 08. 2023

에세이 100권 읽어본 후기

에세이 100권 읽으며 생긴 소소하지만 대범한 꿈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밀리의 서재에 서비스되고 있는 에세이는 거의 다 읽어서 이제 읽을 게 없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구매한 에세이, 도서관에서 본 에세이를 합하면 적어도 100권은 될 것 같다.


처음에 보기 시작한 에세이는 운동 분야였다. 당시 나는 필라테스에 빠져 있었고, 보잘것없는 나의 브런치 구독자 수가 200명을 넘어선 것도 필라테스 후기를 쓰면서였다. 운동 에세이의 패턴은 대개 비슷하다. 삶의 염증을 느끼고(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겪었던 분들도 많았다.)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성장기를 엿보며, 나 또한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삶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은 에세이들로 넘어갔고 에세이로 유명한 <<아무튼>> 시리즈를 섭렵했다. 내가 정신과를 다녀서 그런지 요즘에는 정신과 관련 에세이가 그렇게 끌린다. 현재 나의 최애 에세이는 정지음 작가의 <<젊은 ADHD의 슬픔>>이다. 최소 열 번은 읽은 것 같다. 이렇게 읽다 보니 좋아하는 작가도 생겼고 몇몇 작가들의 신간은 손꼽아 기다리는 '에세이 팬'이 되었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는 꽤 유한 사람이 된 것 같다. 과거에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삶을 잘 꾸려나가는 나만의 방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삶의 아픔을 바라보는 시야도 제법 넓어졌다. 타인의 아픔을 가늠하지 않으려 하는 태도도 생겼다.


에세이 팬으로서 가장 큰 변화는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의 변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화려한 수사로 가득 찬 문장을 좋아했다. (물론 아직도 그런 글을 읽는 건 좋아한다. 일종의 부러움이랄까.) 하지만 요즘에는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복잡하지 않은 문장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꽤 많이 치유된다. 나를 알아가고, 나 자신을 인정하게 된다. 글쓰기의 순기능 중 하나가 '배설'인데 나는 이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나는 글쓰기 수업을 하는 강사다. 지금은 나의 전공을 살려 그 부분에 맞는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10년 넘게 하고 있는데 나 자신에 대해 점점 더 명확하게 알아가고 있는 지금,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글쓰기 강의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에세이를 100권 넘게 읽으면서 또 다른 꿈이 생겼다. 언젠가 '치유하는 글쓰기' 수업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누구나 삶의 애환 하나쯤은 마음속에 품고 있으니까 말이다. 글쓰기를 통해서 마음을 치유하게 해주는, 동반자이자 강사로 그 길을 함께 걷고 싶다는 소소하지만 대범한 꿈이 생겼다.


과연 그날이 올 수 있을까 싶지만... 오늘도 그날을 향해 나를 더 갈고닦아 보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와 나라는 사람은 맞지 않는다는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