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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Wave May 29. 2021

내가 벌써 꼰대??

  최근 회사에 90년대생 신입사원들이 들어왔다. 갈수록 취업이 어려워진다더니 수천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20년 하반기 공채 시장을 통과한 슈퍼루키들은 역시 뭐가 달라도 달라 보였다.

회사의 철저한 검증을 거친 만큼 스펙이야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외모 역시 조금 과장하면 '오늘 회사에 광고 촬영이 있나??' 착각할 정도로 아주 수려했다.

 

신입사원 중 한 명이 나의 동기가 있는 팀에 배치받은 터라 며칠이 지나지 않아 우리 동기 몇몇과 신입사원 사이 점심 약속이 잡혔고, 우리는 호기심 반 불편함 반(선배라도 후배가 마냥 편하지는 않다)을 가진 채 약속 장소로 향했다. 우리는 나이가 아직 30대 중반인지라 어린 측에 속하니 신입사원도 우리를 편하게 여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착각이었다. 웬걸 신입사원은 바짝 얼어 있었고 경계하는 눈빛이 가득했다.


우리는 음식을 주문한 후 긴장해서 쭈뼛거리고 있는 후배의 상태를 풀어주기 위해 책에서 배운 대로 스몰 토크(small talk)를 구현했으나, 이상하게도 분위기는 그다지 자연스러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음식이 나오고도 애매한 분위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84년생 동기형이 후배에게 본격적으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재원씨(후배)는 나이가 어떻게 돼요? 진짜 어려 보인다!”, “여자친구는 있어요?”...


후배는 알 듯 모를 듯 한 표정을 짓고 “아하하하...” 라고 어색하게 웃으며 적당히 대꾸할 말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나는 동기의 입에서 그 질문 두 가지가 연속으로 꽂히자, 불현듯 얼마 전 읽었던 한 테스트 문항이 떠올랐다.


[꼰대 감별 TEST]


해당 테스트에 따르면 꼰대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후배의 나이를 물어보고 애인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나는 바로 농담 식으로 “형, 지금 전형적인 꼰대스타일의 질문이야 이 망할 꼰대야!”라고 얘기를 했고 다들 웃으며 깔깔거리고 넘어갔다(우리는 꼰대가 아니니까).

그런데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이어지는 동기의 발언에서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재원씨 우리 회사 어떤 거 같아요? 학교랑은 다르죠? 근데 그래도 지금은 좋아진 거예요 우리 때는 말이죠…”


그렇다 인정하기 싫지만 90년대생들에게 우리는 꼰대다. 요즘 떠오르는 'MZ세대'는 80년대 초반생부터 00년대생까지 아우르는 말이라고 하던데 이상한 일이다(사실 애초에 같이 묶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고 세대가 전혀 같지도 않다).



어리바리하던 신입사원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직장 생활 10년차... 작금의 사태는 앞에서는 90년대생이 물밀 듯 몰려오고, 뒤에서는 6,70년대생 기성 꼰대들이 진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아직은 젊은 피가 다 식지는 않아 90년대생 후배들과도 곧 잘 어울리고 공감을 하지만 가끔은 옛날 생각이 나고 그들이 불편할 때가 있다(저 친구는 왜 인사를 안 하지...).

다른 한편으론 기성세대의 꼰대질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90년대생을 보고 “요즘 것들은 지들뿐이 몰라 쯧쯧” 등의 얘기를 하면 나도 모르게 공감하기도 한다.


  이곳에 글을 쓰며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수화 된’ 나를 포함한 평범한 30대 직장인들의 이야기,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언제나 막내일 것만 같았던 우리는 어느새 회사에서 과장, 대리급 중견사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한 해 한 해 경력이 쌓인 결과 이제 회사의 구조가 눈에 들어오고, 업무도 익숙해졌다. 사원 시절 같았으면 답답하고 분통 터졌을 회사의 일들도 그냥 그러려니 넘기는 일이 많아졌다. 사회생활에 적당히 물이 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조직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근무하다 보니 최근 들어 참으로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90년대생으로 대변되는 신규세력들과 그들이 보기엔 적폐(?)인 기존세력들의 기싸움, 다양한 현장에서의 조직 간의 갈등 등.. 그 어느 때보다 하루하루가 다이나믹하다.


  앞으로의 글들은 스스로를 젊은꼰대(자연스럽게 보수화된)라고 고백하는 나의 개인적인 사회 경험과, 주변 직장인들에 대한 나름의 은밀한 관찰(?)을 토대로 작성할 예정이다. 짧은 글 안에 소소한 생각, 일상들을 모두 담아내기 힘들지만, 조금은 차분하고 천천히 나의 이야기를 녹여보려 한다.


글을 읽다 보면 어떤 장면은 공감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부분은 공감하기 힘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가능하면 나의 이야기가 글을 읽는 분들께 아주 동떨어지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로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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