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깜이집사 Sep 04. 2023

놀이터를 접수하는 방법

일억 광고보다 센 엄마들의 입소문


<놀이터를 접수하는 방법>


햇볕은 쨍쨍 바닥은 지글지글


그네 타는 유진이 철봉 오르는 윤성이

시소 타는 주안이 줄넘기 뛰는 예은이


뻐얼건 얼굴엔 땀방울 송골송골

머리는 떡지고 티셔츠는 땀에 흠뻑


얘들아 이리 오렴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니

유진이 모르는 친구들도 얼씨구 따라오네요


싸우지 말고 잘 지내란 말이 귀에 들어올까요

더위 모르게 논 아이들엔 시원한 게 천국이죠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아이들 환호성

유진이 기 살았고 유진 엄마 점수 땄네요





'성당 놀이터'는 아들딸의 놀이 성지였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있던 천주교 성당은

이면 도로 사거리 사통팔달의 장소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공영 놀이터인데

성당과 벽을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모래 바닥 놀이터가 많았던 때

우레탄 바닥으로 탈바꿈하여

그 주변의 '대장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자연스레 몰려들었습니다.

멀리서 유모차를 끌고 오는 젊은 엄마도

떼로 자전거를 타고 원정 온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아들은 피아노 학원만 다녔고

딸은 무엇도 안 했던 초등 3학년까지

남매는 부지런히 미끄럼틀을 오르내렸습니다.

철봉에 매달리고 구름다리를 건넜습니다.

땀범벅으로 떡진 머리도 아랑곳없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열심히 그네를 탔습니다.


성당 놀이터 입구 호떡 포장마차 아줌마는

매일이 싱글벙글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러 오가며 누런 종이봉투에

 몇 개씩 호떡을 담아 갔습니다.

시원한 물을 종이컵에 담아 공짜로 주니

정신없이 뛰어놀아 배고플 아이들을

달래기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일곱 시가 넘었지만 햇볕은 여전합니다.

외식하기로 마음먹고 애들을 데리러

아내와 나는 성당 놀이터로 갑니다.


아직도 예닐곱 아이들이 옹기종기 놉니다.

다들 물에 빠진 생쥐입니다.

티셔츠는 등짝에 달라붙었고

머리 감고 말리지는 않은 꼴입니다.


내 아들 네 딸이 따로 없습니다.

얘들아~ 아이들을 불러 모읍니다.

얼굴 모르는 몇몇 친구도 따라옵니다.

횡단보도 건너 편의점으로 함께 출동합니다.


단 걸 먹어 저녁 밥상머리 앞에서

깨작거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지금이 중요합니다.

더위를 쫓을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딸아이 친구가 고맙다고 인사하니

아이들도 덩달아 잘 먹겠습니다라고 합니다.

왠지 뿌듯합니다.

큰돈 쓰지 않고 점수를 땄으니까요.

일억짜리 광고보다

엄마들의 입소문이 세다는 걸 아니까요.


그립습니다.

아이들에게 다신 오지 않을 그때가




출처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작아도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