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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이집사 Aug 11. 2023

작아도 됩니다

눈 감으면 너나 나나 똑같은 세상


< 작아도 됩니다 >


여자는 눈 남자는 코라는데

작은 눈 아가씨들 어떡하나요


보름달 눈이면 눈길 한번 가고

초승달 눈에도 눈길 또한 가고

크든 작든 사람들은 쳐다보네요


천근만근 피곤 앞에 하염없이 감기는 눈

졸음 쏟아지면 큰 눈이 무슨 소용인가요


어느새 사라졌다 다시 눈 뜰 때까진

세상 모든 아가씨 걱정거리 없겠죠





아내는 눈이 큽니다. 

저는 작습니다.

딸은 눈이 작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아들도 눈이 작습니다.

절망입니다.

쌍꺼풀도 저를 닮아 둘 다 없습니다.

죽을죄를 지은 기분입니다.


좋든 싫든,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면

사람들의 이목을 끕니다.

인간의 뇌는

항상 최적화된 모양과 상황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왕눈이와 실눈이가 주목받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졸음과 잠듦 앞에서는

큰 눈도 별 수 없습니다.

완전한 해결책은 안 되더라도

왕눈이와 실눈이가 평등한 순간입니다.


애석하게도 현실은 현실입니다.


자기 생각에 눈이 '못생긴' 상대방을

 배우자로 맞이하려면

용기가 필요할지 모릅니다.

눈 한번 딱 감고 결혼하면 좋겠지만

평생 눈을 감고 살진 못할 테니까요.


만 열 살이 넘은 딸

슬슬 거울 보는 일이 많아집니다.

눈을 크게 떠보기도 하고

찌푸리기도 합니다

작은 눈이 당장 커지진 않습니다.

딸에게는 예쁘다, 문제없다며

입이 닳도록 달랩니다.


제 어머니는 스무 살 때

쌍꺼풀이 자연스레 생겼다고 합니다.

딸에게도 이런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눈이 가느다란 딸

그래도 저에겐

세상에서 제일 예쁜 꼬마 아가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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