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도 됩니다
눈 감으면 너나 나나 똑같은 세상
< 작아도 됩니다 >
여자는 눈 남자는 코라는데
작은 눈 아가씨들 어떡하나요
보름달 눈이면 눈길 한번 가고
초승달 눈에도 눈길 또한 가고
크든 작든 사람들은 쳐다보네요
천근만근 피곤 앞에 하염없이 감기는 눈
졸음 쏟아지면 큰 눈이 무슨 소용인가요
어느새 사라졌다 다시 눈 뜰 때까진
세상 모든 아가씨 걱정거리 없겠죠
아내는 눈이 큽니다.
저는 작습니다.
딸은 눈이 작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아들도 눈이 작습니다.
절망입니다.
쌍꺼풀도 저를 닮아 둘 다 없습니다.
죽을죄를 지은 기분입니다.
좋든 싫든,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면
사람들의 이목을 끕니다.
인간의 뇌는
항상 최적화된 모양과 상황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왕눈이와 실눈이가 주목받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졸음과 잠듦 앞에서는
큰 눈도 별 수 없습니다.
완전한 해결책은 안 되더라도
왕눈이와 실눈이가 평등한 순간입니다.
애석하게도 현실은 현실입니다.
자기 생각에 눈이 '못생긴' 상대방을
배우자로 맞이하려면
용기가 필요할지 모릅니다.
눈 한번 딱 감고 결혼하면 좋겠지만
평생 눈을 감고 살진 못할 테니까요.
만 열 살이 넘은 딸
슬슬 거울 보는 일이 많아집니다.
눈을 크게 떠보기도 하고
찌푸리기도 합니다
작은 눈이 당장 커지진 않습니다.
딸에게는 예쁘다, 문제없다며
입이 닳도록 달랩니다.
제 어머니는 스무 살 때
쌍꺼풀이 자연스레 생겼다고 합니다.
딸에게도 이런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눈이 가느다란 딸
그래도 저에겐
세상에서 제일 예쁜 꼬마 아가씨입니다.